캄보디아판 성매매특별법, 현지 성노동자들 인권유린 원인제공
심은경(기자)
캄보디아 성노동자들 "구원자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라"[외신 종합] 미국의 후원을 받아 캄보디아에서 올해 2월 통과된 새로운 ‘반 성노동 법률’(인신매매와 성착취 억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 처한 현지 성노동자들이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하는 일이 발생해 성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근착 에이피통신과 프놈펜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4일 500여 명의 캄보디아 매춘여성들은 경찰의 폭력적인 단속과 성노동 범죄화에 반대하는 '행동의 날‘ 항의 시위를 벌이면서 '반 성노동 법률'에 의해 구류되었던 동료들 일부가 재활 시설에서 신체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학대당했다고 폭로하고 이 법의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성노동자이자 단결을 위한 여성 네트워크(Women's Network for Unity: WNU)의 팀 리더인 펭 팔리는 경찰이 매춘업소를 단속하면서 성노동자들을 곤봉과 돌멩이 등을 이용해 구타하고 돈과 보석을 뺏거나, 성노동자가 예쁘면 재활센터에 보내기 전에 집단강간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활센터에는 음식이 충분치 않고 위생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고 밝혔다.
WNU에서 활동하는 성전환 성노동자인 피치 속치(42세)는 "우리는 가족과 생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이며 "성노동은 목적(빈곤과 빚의 해결)을 위한 수단일 뿐"이므로 "성노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성노동자이자 성노동자들의 권리 단체인 캄보디아 매춘여성 연맹(the Cambodian Prostitute Union) 회원인 챤 디나(31세)는 "성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는 시설 직원들에게 구타당하고 강간당했"으며 "(가해자들은) 대부분 콘돔을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하고, "성노동자는 인간이고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날 시위에서 성노동자들은 " 구원자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라(Save us from saviors)"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콘돔은 우리를 보호하고 경찰은 우리를 위협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한편 WNU는 미국의 영향아래 캄보디아 정부가 '반 성노동법률'을 통과시켰으며 이로 인해 3월 이후 성노동자들이 단속으로 토끼몰이 되어 경찰에게 체포 구금되고, 의료서비스가 거부되고, 구타 및 강간당하는 일이 발생해 “최소한 세 명의 성노동자가 경찰에 구금당한 상태에서 죽었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하여 WNU와 성노동자들의 아시아 태평양 네트워크(Asia Pacific Network of Sex Workers)는 캄보디아 정부에게 △성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중단할 것 △HIV 양성 성노동자들에게 즉시 ARV(항바이러스)를 제공하거나 그들을 방면할 것 △강간을 중단하고 강간범들을 법정에 세울 것 △고용의 권리를 보장할 것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할 것 △아동과 나이든 사람, HIV 양성인, 임신한 여성을 존엄하게 대우할 것 △경찰의 약탈과 뇌물 등 부패행위를 중단할 것 △미국의 명령으로 캄보디아 정부가 통과시킨 ‘반 성노동 법률’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캄보디아와 한국은 미국형 ‘반 인신매매’ 법률 모델 국가
캄보디아의 ‘반 성노동 법률’비판자들은 이 법이 매춘과 인신매매를 마구 뒤섞어 놓았으며, 또한 법률이 너무나 포괄적이어서 콘돔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재 체포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한다.
또 활동가들은 미 국무부가 캄보디아 정부에 부과한 ‘반 인신매매’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잘못된 시도로서 ‘반 성노동 법률’이 통과되었을 뿐이라며, 미국의 다른 기구들(예컨대 USAID 등)이 이 법률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캄보디아의 "인신매매와 성착취 억제에 관한 법률"은 성산업 전체를 범죄화함으로써 인신매매를 근절하려고 하는 미국형 ‘반 인신매매’ 법률 모델에 기반하고 있으며, 유사한 내용으로 지난 2004년 9월 23일 한국에서 ‘특별법’으로 시행된 이른바 성매매 방지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대한 법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선례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정부는 캄보디아 정부의 ‘반 성노동 법률’과 관련한 일련의 노력(“정부가 인신매매와 전투를 벌이는 것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을 높이 평가, 국무부의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2005년까지 가장 낮은 등급인 3등급이었던 캄보디아를 중간 등급인 2등급(한국은 1등급)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 외신 원문에서 sex work는 '성노동'으로, prostitution은 '매춘'으로 구분 표기했다. 사진은 6월 4일 캄보디아의 성노동자들 '행동의 날‘ 항의 시위 기사 (해럴드트리뷴, 마이애미해럴드 캡처 그림)
[자료 도움] 성노동운동 번역네트워크 : 부유인 (네이버 카페)
[한국인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