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제도'는 무소불위 국가폭력 가리는 '백지수표'
최덕효(대표 겸 기자)
인권단체연석회의 토론회에서 조시현 교수 주장촛불시위 등 강제진압에 동원되는 전의경과 관련하여 한 대학교수가 한국의 “전의경제도는 국가에 의한 아무런 규제 없는 폭력에 대하여 눈을 가리우고 백지수표와 같은 정당화를 하고 있”다며 현행 전의경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정립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3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연대 등 전국 39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 주최 "경찰들, 당신 자리로 돌아가시오"집시법, 경찰관직무집행법, 전의경 제도,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에 대한 제언 토론회“에서 조시현 교수(건국대 법대)는 발제문 ‘전의경제도에 대한 제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촛불집회는 물론이고 국내상황과 관련하여 전투경찰을 동원하여 시위 등의 '진압작전'을 펴는 것은 국제법상 준군사조직을 전쟁이 아닌 상황에 사용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면서 한국의 전의경제도는 국제규범상 “경찰인지 군대인지 알 수 없는 혼성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설혹 경찰에 대한 폭력행위를 적대행위에 준하여 대응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집회참가자들에 대하여는 최소한 인도적인 대우를 하여야한다.”면서 “전쟁이든 평화시이든, 내전이든 국내소요상황이든 국제법은 지켜져야할 최소한의 인도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있다.고 밝히고 ”폭력의 주체가 되어버린 전의경제도에 대한 정립“을 요구했다.
다음은 조시현 교수의 발제 전문이다.
전의경제도에 대한 제언
조시현(건국대 법대/민주주의법학연구회)
2008 년 봄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시작한 촛불집회와 시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비롯한 인권을 제한하고 침해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물대포, 소화기, 곤봉, 방패, 돌맹이, 쇠붙이 등을 사용한 강경한 진압정책으로 피해시민들이 속출하면서 경찰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과거 군부독재와 권위주의정권에 의한 인권탄압의 상징인 최루물질의 사용도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이글은 국제법의 관점에서 촛불집회와 정부의 대응이 빚는 상황에 대한 성격을 규명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국가의 조치에는 국내법이 부과하는 제약뿐만 아니라 국제법상의 의무도 뒤따른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자 한다. 지금의 한국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한국의 인권사회단체들이 유엔 인권이사회를 포함한 국제인권보장체제를 활용하여 국제인권법 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과의 대치상황에 있어서 적용될 수 있는 국제인도주의법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은 부족한 실정임에 비추어 아래에서는 관련 규칙을 검토하고자 한다. 또한 전투경찰과 의무경찰제도에 대한 국제법의 규제에 대하여서도 검토하고 존폐문제를 포함한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시론적으로 살펴본다.
I. 최근 상황의 법적 평가
국제법은 역사적으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므로 국내상황에 대한 국제적 규율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발전의 핵심적인 축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규율하는 국제인권법이지만 전쟁의 피해를 줄이고자하는 국제인도주의법(또는 국제인도법, 전쟁법으로도 불림)도 있다. 국가간의 전쟁, 즉 국제전을 주로 규율하던 국제인도주의법은 역시 20세기에 들어 내전 또는 국내무력충돌에 관하여서도 적용되는 법원칙을 발전시키고 있다. 국제인도주의법은 한편 '국내무력충돌'에는 이르지 않은 다른 국내상황, 즉 "폭동, 고립되고 산발적인 폭력행위 및 기타 유사한 성질의 행위와 같은 내부혼란 및 긴장의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한다. 최근의 상황은 시위대가 무장을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므로 무력충돌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국제인도주의법은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무력충돌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인도주의법의 기본 원칙들은 무력충돌에 이르지 않은 경우를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보장되어야하는 '최소한의 인도적 기준'(Minimum Humanitarian Standards)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최소한의 인도적 기준'은 실제에 있어서 언제, 어떠한 성질의 무력충돌이 있다고 볼 것인지에 관한 논란으로 인권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가는 모든 상황에서 '기초적인 인도적 고려사항'(elementary considerations of humanity)을 지켜져야한다는 것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의해서도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인도주의법의 발전은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하여 모든 상황에서 적용되어야하는 국제인권법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최근의 국내시위상황과 관련하여 어떠한 국제인도주의법의 원칙이 지켜져야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기에 앞서 경찰제도에 관한 국제법의 접근방법을 먼저 검토하기로 한다.
II. 전의경제도와 국제인도주의법: 경찰과 군대의 혼성물
헌법은 경찰제도 자체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고, 일반적으로 공무원에 대한 규정(제7조), 국민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제한 사유에 관한 규정(제37)과 대통령의 책무와 행정권(제66조) 등을 둘 따름이다. 경찰에 관하여 특히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것은 최근 상황과 관련하여 중요하다.
경찰의 역할과 조직에 관하여는 경찰법(법률 제4369호, 2006.7.19 개정), 경찰공무원법(법률 제3606호, 2006.7.19 개정), 경찰관직무집행법(법률 제3427호, 2006.2.21 개정) 등이 있다. 경찰법 제3조는 '국가경찰'의 임무에 관하여 헌법의 관련 원칙을 반영하여 "국가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치안정보의 채집, 교통의 단속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그 임무로 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전투경찰대는 "간첩(무장공비를 포함한다)의 침투거부·포착, 섬멸 기타의 대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치안업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지방경찰청장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국가경찰기관의 장 또는 해양경찰기관의 장 소속하에" 설치된다(전투경찰대설치법 제1조, 1970년 12월 31일 제정). 전투경찰대의 충원은 병역법에 따라 현역병입영자중 소여인원을 경찰청장 등의 요청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전환복무'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동법 제3조, 병역법 제24조, 제25조). 전투경찰대는 다시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과 "치안업무의 보조를 임무로 하는 전투경찰순경"으로 구분되고(전투경찰대설치법 제2조의3),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전자는 '작전전투경찰순경', 후자는 '의무전투경찰순경'(의무경찰)로 불리어 전투경찰과 의무경찰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다.
국제법상 각국은 그 나라의 실정에 맞는 경찰과 군대를 구성·운영할 수 있고 이는 주권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전쟁중 무기를 사용하여 적과 맞설 수밖에 없는 군인에 관하여 국제인도주의법은 전투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규정하고, 전쟁포로로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 관하여 규정하여 민간인과 구별하여 규율하고 있다. 특히 ?949년 8월 12일자 제네바협약에 대한 추가 및 국제적 무력충돌의 희생자 보호에 관한 의정서 (제1의정서)는 제43조 1항에서 군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충돌당사국의 군대는 동국이 적대당사국에 의하여 승인되지 아니한 정부 또는 당국에 의하여 대표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자기 부하의 지휘에 관하여 동국에 책임을 지는 지휘관 휘하에 있는 조직된 모든 무장병력, 집단 및 부대로 구성된다. 그러한 군대는 내부 규율체계 특히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국제법의 규칙에의 복종을 강제하는 규율체계에 복종하여야 한다."
2 항은 이러한 군대의 구성원은 전투원으로 "직접 적대행위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정규군이외의 준군사조직이 국제인도주의법상 군대로서 전투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그 동안 다툼이 있었으나 제1의정서는 "충돌당사국은 준군사적 또는 무장한 법 집행기관을 군대에 포함시킬 경우 타충돌당사국에 그러한 사실을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해결하고 있다. 국제법이 이러한 준군사조직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된 것은 그 동안 여러 국제 또는 국내분쟁에서 정식군대 이외에 경찰은 물론 '보안대', '보안군' 등과 같은 특수조직에 의한 전투 또는 소요진압이 있었음에 기반한다. 한국전쟁 중 군대뿐만 아니라 경찰, 치안대 등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하여 최근 2005년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법률 제7542호, 2005년 5월 31일 제정)에 따라 설치된 진실화해위원회는 나주 동박굴재 사건, 나주 동창교 사건, 고양 금정굴 사건 등을 진실규명하면서 이들에 의한 행위가 위법함을 명백히 한 바 있다.
한국의 전투경찰대의 경우 이러한 의정서의 규정에 따르면 '준군사적 또는 무장한 법 집행기관'(a paramilitary or armed law enforcement agency)으로서 군대에 해당할 수 있다.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상대방에게 이러한 사실을 통고하여야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전투경찰이 국제법상 군대에 해당한다면 무력충돌이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무력충돌에 이르지 않는 국내상황에 있어서도 국제법이 부과하는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고 의무를 부담하게됨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한편 국제인도주의법상 군대로서의 전투경찰의 법적 지위는 전쟁 또는 무력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군대로 여겨지는 전투경찰을 통하여 시위 등을 진압하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국내법상 대간첩작전과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만들어는 전투경찰제도는 국제법상 군대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제도는 경찰이면서 군대이기도 하다는 양면성을 띠게 된다. 이러한 측면은 한국의 헌정사의 경험상 군대에 의한 정치개입과 인권침해가 잦았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헌법은 계엄선포가 있을 경우에만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에 의하여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제77조 1항). 지금 벌어지는 촛불집회은 물론이고 국내상황과 관련하여 전투경찰을 동원하여 시위 등의 '진압작전'을 펴는 것은 국제법상 준군사조직을 전쟁이 아닌 상황에 사용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현행 전투경찰제도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성격에 비추어 전투경찰제도의 입법사와 운영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절실하다.
더욱이 국가는 통상적인 인권보장의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최근 상황의 경우에는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이 없이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비상사태 선포가 가져올 정치적 부담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제인권법은 비상사태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예컨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은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공의 비상사태의 경우에 있어서 그러한 비상사태의 존재가 공식으로 선포되어 있을 때에는 이 규약의 당사국은 당해 사태의 긴급성에 의하여 엄격히 요구되는 한도 내에서 이 규약상의 의무를 위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정식의 비상사태 선포가 없는 가운데 자행되는 인권침해상황은 '사실상 비상사태'로서 인권을 크게 후퇴시키고 있음은 명백하고, 전의경의 현존은 이를 웅변한다.
III. '시위진압행위'에 관한 국제인도주의원칙
국제인도주의법은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일으킨 당사자 가운데 누가 옳으냐하는 문제와 무관하게 전투중의 행위를 불편부당하게 규율하려고 한다(공평성의 원칙, impartiality). 또한 이 법의 적용은 어느 한 쪽 당사자를 정치적으로 편드는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는다. 따라서 시위의 불법성 여부와는 상관 없이 시위에 대응하는 국가의 행위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는 것이다. 최근 촛불시위대에 대한 전의경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대응은 몇가지 기본적인 인도주의원칙을 위반 것으로 보인다.
1. 구별의 원칙
국제인도주의법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투원과 민간인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후자를 전투의 결과로부터 보호하려고 한다. 이를 국내상황에 적용하면 적어도 경찰, 전의경에 대항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시위참가자들을 구별하여 대응할 의무가 생기게 된다. 경찰 등의 행위가 경찰관집무집행법상 허용되는지 문제를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국제인도주의 원칙에 따르지 않은 무차별적인 폭력적 진압작전은 국제법 위반이다. 또한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관한 제2의정서는 "민간주민사이에 공포를 확산하는데 주목적이 있는 폭력행위 및 그 위협"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제13조 2항).
2. 인권침해감시단, 의료봉사요원, 기자들에 대한 폭력
국제인도주의법은 무력충돌 중 구호활동을 펼치는 사람, 부녀자, 아동, 기자 등을 특별하게 보호하고 있다. 또한 국제인권법상 인권옹호자(human rights defenders)에 대하여 특별한 보호가 요청된다. 이러한 점에서 민변소속 변호사들을 포함하여 시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 위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행사는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 비추어 119 구급차만이 아니라 시위참가자와 전의경들을 위한 의료지원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3. 물대포, 소화기 등의 사용
방패, 곤봉, 돌, 쇠붙이, 물대포 따위를 시위진압에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권력 또는 물리력의 행사에 관한 헌법, 국제인권법에 따라 필요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이 적용되어 과잉진압여부가 따져질 것이다.
국제인도주의법은 또한 전쟁중 적대행위 또는 해적(害敵)행위에 관하여 전쟁중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행위에 관하여 일정한 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고전적으로 국제인도주의법은 '불필요하거나 지나친 고통을 주는' 교전방법과 수단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군사적 목적을 위한 어떠한 수단이라도 다 정당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질식성가스 등 생화학무기의 사용에 관하여 규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1992년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이 협약은 "어떠한 상황하에서도" 화학무기의 개발·생산·비축·사용 등을 금지하고 이를 폐기할 의무를 부과하고, 특히 '폭동진압작용제'(Riot Control Agent)를 전투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제1조 5항). '폭동진압작용제'는 "목록에 열거되지 아니한 화학물질로서 노출 종료후 짧은 시간내에 사라지는 인체 감각기관에 대한 자극 또는 신체의 무력화를 급속하게 유발시킬 수 있는 물질"로 정의된다(제2조 7항). 그러나 협약에 따르면 "국내 폭동진압 목적을 포함한 법집행"을 목적으로 하는 폭동진압작용제의 사용은 금지되지 않는다(제2조 9항 라호).
흔히 최류탄 혹은 최류가스로 알려진 폭동진압작용제는 이에 따라 국내소요와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최근 많은 국가에서 국내분쟁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의 민주화과정에서 최류가스가 갖는 특별한 의미에 비추어 이의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규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최근 경찰에 의해 광범하게 사용되는 소화기가 화학무기협약이 금지하는 폭동진압작용제인지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IV. 전의경 행위에 대한 규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경찰이 정권의 시녀로서 인권탄압의 상징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너무나 자주 목도하게되는 것은 한국현대사는 물론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커다란 아이러니이고 비극이다. 경찰이 갖는 폭압적 성격을 순치하기 위한 노력은 전지구적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주의법은 곳곳에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의 전의경제도는 이러한 국제규범에 비추어 볼 때 경찰인지 군대인지 알 수 없는 혼성물(hybrid)이다.
이러한 전의경들이 각종 상황에서 수행하는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규범이 적용되어야하는지 조차 인식되지 않는 현실은 이들의 행위에 대한 통제장치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 의해 더욱 심각해진다. 현행법은 예컨대 전투경찰대원에 대한 특례?대통령령 제836호, 1953.11.25 제정) 제6조는 징계사유로 "주민에 대하여 난폭한 언행을 하였거나 노무 또는 금품제공을 요구하였거나 기타 주민의 재물을 침해하였을 때"(14호)와 징계사유를 알고도 보고 또는 통보하지 않을 경우(15호)를 들고 있을 따름이다. 전투경찰대설치법 제10조 7항도 "작전지역에서 위력 또는 전투의 공포를 이용하여 주민의 재물을 약취한 자"는 벌할 수 있도록 한다. 전의경들이 임무수행을 하면서 헌법과 국제인권법, 국제인도주의법이 요구하는 행동준칙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한 법적 장치와 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촛불시위의 원인과 전개과정,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국제법을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곤혹한 의문이 제기된다. 아마도 한국의 최근 상황에 관해서는 적어도 국제법이 국제적인 여론형성의 하나의 축으로서 작동하고 국제사회에 의한 지탄가능성을 토대로 개별 국가의 행동에 변화를 촉구하는 기능이 있지 않나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조약 제1265호, 1995년 1월 1일 발효)와 한미 쇠고기 협정에 관한 특정한 해석을 고집하며 국제법이니까 지킬 수밖에 없다고 하는 만큼이나 보다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인권법과 인도주의법을 준수해야하지 않을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행 전의경제도는 국가에 의한 아무런 규제 없는 폭력에 대하여 눈을 가리우고 백지수표와 같은 정당화를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설혹 경찰에 대한 폭력행위를 적대행위에 준하여 대응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집회참가자들에 대하여는 최소한 인도적인 대우를 하여야한다. 전쟁이든 평화시이든, 내전이든 국내소요상황이든 국제법은 지켜져야할 최소한의 인도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있다. 피를 먹고 자란다는 민주주의처럼 국제인도주의법도 하나의 분쟁을 거쳐갈 때마다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아마도 '인류의 양심에 충격'(shock to the conscience of humankind)을 준 폭력의 주체가 되어버린 전의경제도에 대한 정립은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의식이 국제사회에 주는 선물이 될 수 있다.
[한국인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