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반복되는 참사! 똑같은 가해자!
목숨보다 소중한 것
또다시 증명됐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이윤이었다. 2년 전 이윤을 위해서 증축과 과적을 밥 먹듯이 했던 선박은 결국 304명을 끌고 바다 속에 잠겼다.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표기 아래 연 평균 60만개가 팔린 가습기 살균제는 10년이 지난 후에야 유독가스임이 밝혀졌다. 현재까지 239명의 사망자와 1,528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이 숫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일 뿐이다.
최근 검찰조사를 통해 옥시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물질인 PHMG가 인체에 흡입됐을 때 유독하다는 것을 2001년 출시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이 사실을 부정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제조하고 판매한 이유는 간단했다. 재료가 쌌기 때문이다. IMF 이후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에 회사는 어떻게든 원가를 절감해야 했다. 안전성을 점검하는 흡입독성실험 비용 3억은 이들에겐 ‘낭비’였다.
PHMG는 옥시에 이윤을 가져다주었다. 자본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들도 이 독가스를 사용해야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는 옥시에서 PHMG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원료로 상품을 만들었다.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살아남는 자본주의 논리는 유독물질의 확산을 자연스럽게 부추겼다.
또 다시 드러난 정부의 민낯
이번에도 정부는 없었다. 환경부는 흡입되면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살균제 원료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2007년~2008년 소아폐렴이 보고됐지만 정부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오판과 오보를 거듭한 후 2011년에서야 가습기살균제에 따른 피해가 확인됐다. “우수공산품의 보급 확대와 소비자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의 KS마크는 가습기살균제에도 버젓이 찍혀 있었다. 제대로 된 조사는커녕 유독가스가 안전하다는 허위광고에 정부도 한몫 거들었다.
세월호 특별법이 민생과 관계없다고 하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법안도 똑같이 취급했다. 대중의 안전을 위해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줄줄이 폐기해 새로운 참사가 터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영업비밀 VS 노동자생명
가습기살균제처럼 인체에 영향이 큰 제품에 대해서도 그 제작 과정을 대중은 알 수 없다. 발암물질이 사용된 삼성반도체 공장처럼 제품을 만들어내는 노동자들도 알 수 없다. 자본주의는 영업비밀이라는 명목으로 철저하게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앞에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와 제품을 사용하는 대중은 생명의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다.
게다가 기업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은폐와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살균제가 지목된 후 옥시에서 서울대, 호서대 등에 관련 연구를 의뢰했는데 그 결과가 참담했다.
인체에 상당히 해롭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도 옥시는 이 연구 결과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실험하게 했다. 그렇게 해서 가습기살균제가 아니라 황사나 미세먼지가 폐질환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옥시뿐만이 아니다
애경과 이마트에서 나온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 중에도 사망자는 39명, 현재까지 피해자는 300명에 이른다. 그러나 검찰은 애경의 원료(CMIT/MIT)가 옥시의 원료와는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까지 어떤 조사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1월에 서울아산병원이 환경부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CMIT/MIT가 폐질환과 관련 있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것 역시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옥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옥시 자본가들의 행태에 분노해서 하는 당연한 행동이지만 불매운동으로는 또 다시 벌어질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참사를 막으려면 기업의 영업 비밀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모든 생산이 자본가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대중의 생명과 삶에 이바지하도록 노동자들이 생산을 통제해야 한다.
항상 똑같은 가해자
“내가 그 제품을 사지 않았다면…”
사망자 유가족은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자인데도 스스로 살인을 저지른 듯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국에서 800만 명이 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가 똑같은 고통을 겪었을지도 몰랐다.
가습기살균제 가해자는 옥시를 비롯한 자본가와 그들의 보호자인 자본가 정부다. 현재 이들은 경제위기를 탓하며 노동자 죽이기 구조조정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이 또 다른 묻지마 참사의 가해자로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노동자가 가만히 앉아서 희생당하는 운명을 이젠 막아야 한다.
2016년 5월 4일
<노동자세상>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