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노동자 파업특보 2호
2016년 9월 27일 혁명적노동자당건설현장투쟁위원회(노건투) 철도현장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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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노동자 총파업 투쟁이여, 더 멀리 더 높이!
오늘 공공부문 파업은 한국노동자운동의 거대한 힘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등 6만여 공공노동자들이 전국에서 들고 일어났다. 모든 언론, 모든 SNS는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어린 학생들까지 ‘성과연봉제’가 뭐냐고 묻기 시작하고 있다.
바로 그렇게 공공노동자들은 이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케 했는가? 분노와 정의감으로 노동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만큼 공공노동자들은 이 사회를 떠받친 강력한 버팀목이다.
공공노동자의 거대한 힘을 보라!
그렇다! 필수유지업무제도로 파업의 날개를 절반 넘게 접어야 했지만, 나머지 한쪽 날개만으로도 공공노동자들은 저 높이 비행하고 있다. 공공노동자들이 파업을 멈추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그 어떤 힘도 철도와 지하철, 건강보험,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등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못할 것이다. 공공부문을 제자리에 돌려놓고자 한다면, 정부는 공공노동자들의 요구에 복종해야 한다.
이미 2013년 겨울, 철도 노동자들은 혼자만의 힘으로도 박근혜 정부의 수서발 KTX 민영화 시도를 파탄내기 직전까지 밀어붙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여러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철도노동자들과 어깨 걸고 몇 배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정부와 맞서고 있다.
오늘 공공노동자 총파업은 착취자들의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강력 대처를 운운하는 정부의 으름장은 공공노동자들의 거대한 힘에 놀라 길길이 날뛰는 가련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장기 투쟁의 각오를 다진다면 공공노동자 파업의 승리는 갈수록 더 확실해질 것이다. 3년 전 철도 파업이 보여주었듯이, 필수유지업무제도로 파업의 파괴력을 지우는 것도 일주일 이상은 불가능하다. 파업의 위력은 하루하루 갈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질 것이다.
3년 전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파업투쟁을 접고 눈물겨운 퇴각을 하면서 철도 노동자들은 마음 깊이 아로새겼다: “2013년 12월은 반드시 다시 온다. 더 거대한 힘으로, 기필코 승리하는 힘으로 다시 온다!” 그렇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반격의 원동력은 간단하다. 2013년보다 훨씬 강력해진 파업의 힘은 공공노동자 총파업이라는 단결의 손에서 자라나고 있다. 이 단결의 손을 놓지 않는다면, 그래서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하자!”는 구호를 공공노동자 총파업 대오 전체의 구호로 아로새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승리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공공노동자 총단결은 2016년 9.27 파업의 원동력이다. 이 힘을 약화시키는 모든 행위는 파업파괴자의 행위로 간주하고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성과연봉제 분쇄’의 나팔이 울릴 때까지 어느 한 노동조합도 총파업으로부터 철수할 권리가 없음을 분명히 하자.
또한 2013년 철도 파업을 승리 직전에 파괴했던 결정적 장애물을 이번에는 넘어서자. 2013년 12월 30일 파업을 파괴했던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국회소위를 통한 문제 해결 약속에 의지한 철도 노조 지도부의 거대한 실책이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수서발 KTX 민영화 저지라는 요구는 완전히 묵살되었고, 지금 수서발 KTX는 독립법인으로 개통 초읽기에 들어섰다.
더민주당과 국민의 당은 성과연봉제를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절차를 지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당들에게 노동자의 운명을 맡기지 말자. 오직 우리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 성과 연봉제를 반드시 박살내겠다는 파업 노동자의 결의만 믿자! 그렇게 이번에는 절대 속지 말고, 승리의 깃발을 두 손아귀에 꽉 움켜쥐자.
수많은 노동자가 형제와 같은 동료 노동자들을 경쟁의 울타리로 내몰고, 철도와 지하철, 4대 사회보험, 의료 같은 공공서비스를 부실덩어리로 만드는 성과연봉제를 두려워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성과연봉제가 비수를 겨누고 있는 민주노조를 성과연봉제 분쇄를 통해 지켜내야 한다.
그래야 공공부문 민영화, 비정규직 제도, 임금삭감, 정리해고 등 자본과 정부의 무자비한 착취 시도로부터 전체 노동자를 구할 수 있다. 그렇기에 9.27일 파업에 나선 공공노동자들은 결의해야 한다. “죽을 수는 있어도 질 수는 없다. 9.27 공공노동자들의 영웅적 파업 만세!”
총파업 깃발이 높이 올랐다
― 9월 23일 서울역 야간총회
9월 23일 저녁 서울역에서 열린 수색-서울지구 야간총회에서 총파업 전야제의 열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연사는 성과퇴출제를 총파업으로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고, 600명이 넘는 집회 참가자들의 눈은 빛났다.
철도 서울기관차지부 밴드 ‘팔노치’, 건강보험노조 서울지부 노래패 ‘청년’의 공연 등 젊은 노동자들이 서울역 야간총회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서울기관차 신규조합원의 발언은 압권이었다.
“불합리한 처우에도 일언반구할 수 없었던 그런 인턴들. 가장 소중한 동기들에게 앞에서는 웃음 짓고 뒤로는 칼을 갈며 짓밟을 수밖에 없었던 그 비인간적인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인턴들. 저는 성과퇴출제 노예연봉제의 다른 말은 평생인턴제라 생각하는데, 평생인턴제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저는 이 동기들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평생 (함께하자고)...약속한 동기들을 짓밟고 그들의 눈물로 채워진 연봉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 파업의 끝에 무엇이 있든 저희 신규 조합원들도 당당하게 자랑스런 공공철도를 지키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겠습니다.” 발언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서울역 야간총회에서는 연대파업의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동지들이 50명 넘게 참여했다. 22일 수원영등포지구 야간총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8월부터 꾸준히 공동선전전 등을 펼치며 연대의 결의를 다져온 결과다. 서울대병원 분회장도 연대파업을 힘차게 결의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 9월 22일 서울지하철 야간총회
7시 30분으로 예정된 야간총회. 15분밖에 안 남았는데도 여전히 조합원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고, 군자차량기지 3.16광장은 휑한 느낌이었다. “이거 왜 이래? 왠지 불길한데?” 하지만 근무를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온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계속 모여들었다.
거의 비어 있던 광장이 어느새 조합원들로 가득 찼고, 8시를 넘긴 시각에도 조합원들이 계속 들어왔다. 얼추 1,500명은 넘긴 듯. 서로 반갑게 손을 흔들며 얼싸안기도 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조합원들의 모습만으로도 “우리, 이렇게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합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92.57% 투표율에 83.05% 찬성! 압도적인 가결이 선포되자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야간총회에 모인 조합원들은 그 어떤 집회에서 들을 수 있는 것보다 우렁차게 구호를 외쳤고, 자신 있게 파업가를 불렀다.
‘6,000번째 신규조합원 환영식’도 진행됐다. 발령받은 지 3개월이 채 안 된 이 여성조합원은 노조가 여성노동자의 권리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소통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회자는 “29년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닌 노동조합을 물려주고 싶다, 함께 잘 싸워나가자”고 응답했고, 모두가 따듯한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야간총회엔 꽤 많은 수의 젊은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고참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세대교체가 절실하다는 것을, 이 젊은 조합원들이 노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는 듯했다. 지하철노조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젊은 노동자들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고참노동자들이 함께 해내야 한다. 올해 공공부문 총파업이 그 좋은 기회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 총파업을 힘차게 결의하다
― 9월 22일 서울대병원 중식 파업결의대회
9월 22일, 낮 12시 점심시간을 이용해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가 파업투쟁 결의대회를 병원 1층 로비 앞에서 힘차게 치렀다.
서울대병원 사측이 지금 당장 전체 직원을 상대로 성과연봉제를 들이밀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작년에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였던 데에서 알 수 있듯,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언제든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 이를 예상하면서 서울대병원 동지들은 자신들을 지키고, 환자들을 보호하며, 공공부문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사수하기 위해 이길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현정희 서울대병원분회 파업투쟁본부 본부장은 힘차게 결의를 밝혔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정말 젖 먹던 힘을 내서 싸웠습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왜 투쟁했습니까? 우리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투쟁했습니다. 그런데 해고연봉제를 우리가 받으면 3년 동안 투쟁했던 것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성과를 위해 우리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에게 더 많은 검사를 강요해야 하고, ‘더 아프라’는 비참한 노동자가 되어야 하기에 또 파업에 나서야 하는데 동지들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투쟁!) 이길 때까지 싸웁시다. 투쟁!”
서울대 보라매병원에서 일하는 김현식 대의원의 현장발언에 많은 집회 참가자가 환호했다. “제가 검사실 직원인데 아무리 많이 검사한다고 해도 환자를 낫게 할 수 없습니다... 과잉진료(를 낳는)... 성과연봉제를 총파업으로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대의원들이 모두 나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파업 결의를 다졌다. 날카로운 눈빛과 다부진 팔뚝질에서 파업을 앞둔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비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하다 지쳐 아프고, 죽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고, “환자 안전을 팔아서 성과급 받고 싶지 않”기에 “총파업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