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구로다 후쿠미 지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2019·01·05 23:04
 
 


최덕효(한국인권뉴스 대표겸기자)


“태평양전쟁 때 한국의 많은 분들이 만리타국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분들의 영혼이나마 그리워하던 고향 산하로 돌아와 편안하게 잠드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_ 2009년 10월 26일 구로다 후쿠미 (黒田福美)

한 꿈에서 비롯된 인연으로 지난 27년 동안 조선인 출신 일본군 병사들의 영혼을 귀환시키는 일에 몰두한 후쿠미(일본 여배우)씨.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소망이었던 귀향기원비가 마침내 완성되었지만 법륜사(용인) 한쪽에 누운 채로 세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꿈의 주인공이 가미카제 특공대원이어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헌법을 욕되게 해서?

그래서 이런저런 시민단체들은 ‘법통’을 지키려 귀향기원비 건립 저지에 나선 것인가.

후쿠미 씨는 자신의 책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타임라인) 후기 “지혜와 용기로 한일의 상극을 넘어서고 싶다”에서 자신이 목도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우리는 반론할 수 있을까.

△몬스터처럼 되어 가는 시민단체에 의해 국가의 방향타를 잡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

△반일을 국시처럼 여긴 나머지 시민운동가들과 일반 시민의 괴리가 큰 점

△목청 높여 반일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활동만이 두드러지며, 두 나라 언론도 그것을 지조 없이 보도하고 부추기는 점

△한국에서는 일본이 한반도를 합병한 시대의 일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만약 가쓰라-태프트 밀약(1905년) -일본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식민지 통치를 인정하고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용인 - 이 반대가 되어

우리가 미국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다면 오늘날 반일과 같은 수준의 반미 민족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이토록 득세할 수 있을까.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난 일제 ‘식민지’ 시기를 ‘일제강점기’혹은 ‘대일항쟁기’라고 불러도 엄존했던 그 역사는 어디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안부에서 징용공 문제를 되풀이하며 한일기본조약까지 무위로 돌리려는 듯한 이 무모한 역사 지우기의 끝자락이 심히 암울하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에 나타난 후쿠미 씨의 진솔한 기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귀향기념비 작업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지식인, 정치인, 그리고 이른바 시민단체들의 민낯은 우리의 얼굴을 차마 들 수 없게 만든다.

후쿠미 씨의 제안이다. 

“사실을 직시하고, 실제로 어떤 시대였던지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를 미워하지 않고, 예전에 문화를 함께 해온 사람끼리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봅니다. 역사적인 상극에서 생겨난 아픔과 고통을, ‘서로 보듬고 위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하고 절실하게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모든 사안이 ‘정치’로 귀결되는 정치 과잉의 사회다. 그리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상대 세력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변별점의 중심이 ‘친일 vs 반일’ 프레임으로 설정되다 보니 역사적 사실관계가 온통 누더기가 되고 만다.       

복잡다단한 지구촌 사회에서, 그것도 얽히고설킨 역사를 지닌 한·일 관계에서 후쿠미 씨의 말처럼 ‘서로 보듬고 위하는 사이’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인과와 외교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2019년 새해, 내수용 ‘반일反日종족주의’ 정치로 인해 한·일간 외교참사가 더 이상 반복 · 확대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후쿠미 씨의 바램에서 다시 한 번 읽는다. 

[한국인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