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원종건 미투에서 ‘바른인권여성연합’의 행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민주당과 함께 남녀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면?
  

이 사회의 정치 세력들에게 선거는 목숨과도 같다. 그 결과에 따라 승자독식의 지형이 전개되는 사실상의 내전인 ‘총선 – 대선 – 지자체선거’는 시시각각 다가옴으로 이들은 숨 돌릴 틈 없이 오직 이분법적인 진영논리에만 목을 맨다.

최근 미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與 영입2호’ 원종건 사태가 좋은 예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당 또한 그를 영입 대상으로 공을 기울였다는 사실인데 양쪽을 저울질하던 그가 민주당을 선택함으로써 운이 좋게도 미투 쓰나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가 원종건이 TV에 출연하는 등 얼굴이 알려지면서 어린 시절 지녔던 이른바 ‘효자 소년’ 이미지에 혹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젊은 피를 수혈하려는 듯한 퍼포먼스는 양당이 이념과 정책정당으로서의 정체성보다 포퓰리즘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원종건 미투를 두고 지난달 29일 먼저 한국당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바른인권여성연합’에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여성 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당이라면 지금처럼 비겁하게 꼬리자르기로 무마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먼저 취했어야 했다”며 “그 많은 페미니즘 여성단체들은 왜 침묵하는가”라고 친여 페미니스트들을 겨냥했다.

이에 다음날(30일) 친여 여성단체로 분류할 수 있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응답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2018년 미투 운동이 확산됐으나 20대 국회는 수백 건의 ‘미투 법안’을 앞다투어 발의만 해놓은 채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후보 검증의 문제와 여성폭력에 대한 무관심은 2차 피해까지 감수한 (원종건에 의한)피해자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시화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바른인권여성연합’에서 “피해자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먼저 취했어야”라고 한 표현과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여성폭력에 대한 무관심은 2차 피해까지 감수한 피해자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시화될 수 있었다”고 한 표현은 내용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피해자 여성’을 전제한 것은 원종건을 ‘가해자 남성’으로 기정사실화 했다는 말인데 “현 시점에서 이러한 판단은 과연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대두된다. 원종건은 민주당 영입 하차와 별개로 '미투'논란에 대해 “제가 한 때 사랑했던 여성”이라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그의 전 여친은 “(데이트 폭력 관련) 다이어리 공개”로 응수 중인데 말이다.

이렇듯 친한국당 성향의 ‘바른인권여성연합’과 친민주당 성향의 ‘한국여성의전화’가 이른바 ‘피해자 여성’편에서 원종건의 견해를 일체 무시한 채 합세하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원종건 씨에 대한 성범죄 인지 수사 즉각 착수 및 유죄 시 엄격한 처벌 적용을 청원한다”는 문건까지 올라옴으로써 원종건에 대한 ‘여론재판’은 사실상 끝난 셈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종건이 무조건 잘못을 시인·사과하고 처벌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한 만큼 법에 호소해 재판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이다. 전자인 경우는 여성계가 주장하는 유죄추정의 원칙과 피해자의 진술 등에 의존한 ‘피해자 중심주의’가, 후자인 경우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인 증거에 기반한 ‘공판 중심주의’가 주축이 된다.

묻는다. 남녀갈등 조장에 반대한다는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아무리 정치공세가 급하다 하더라도) 원종건에 대한 판단을 법의 최종결정이 나올 때까지라도 유보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29일자 성명을 두고 원종건을 계기로 민주당과 함께 남녀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 앞에서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2020.1.31

한국인권뉴스 대표 최덕효

[한국인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