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이명박은 패배했다
6.2 지방 선거가 끝나고
―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
노동자공동투쟁
지방선거에서 이명박은 패배했다. 선거는 민심이 광범하게 이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명박은 인민의 의지에 굴복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세종시 수정안”을 자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표결을 요구하고 있다. 장렬하게 산화할지언정 스스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4대강 사업”에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역시 독점자본의 열혈 투사답다.
그러나 이명박의 앞길은 험난해 보인다. 대통령 임기가 벌써 절반을 지났다. 단임 대통령제의 일정상 나타나는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는 권력의 누수를 촉진할 것이다. 차기를 노리는 ‘친박진영’과 이른바 ‘쇄신파’ 등이 이명박과 자신들의 ‘차별화’를 진행할 것이고, 후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친이계’ 내부의 암투 또한 격화될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후 고무된 민주당과 이들의 하위파트너가 된 민주노동당 등은 본심이야 어떻든 정권과 싸워야하고 적어도 싸우는 척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차기대선을 노리는 야심꾼들은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명박과의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최근 참여연대가 유엔에 ‘천안함관련 서한’을 보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부르주아 상층부의 투쟁도 상승하고 있다. 소부르주아지의 예민한 정치적 감각은, 보수반동세력의 몰락을 감지하였을 것이고, 권력이동시기의 소액투자가 머지않은 시기에 일확천금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천안함사건"과 “4대강사업저지” 등의 투쟁에 시민사회운동으로 표현되는 소부르주아운동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노동자민중운동은 여전히 숨죽이고 있다. 용산투쟁, 2009년 화물연대, 쌍용차, 철도 등에서 계속되는 패배와 후퇴로 주눅이 들어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노동대중은 탄압하면서도 노조관료들은 포섭했다. 민주노총을 합법화하고 정당투표제도를 도입하여 민주노동당의 활로를 열어주었다. 관료들의 안정적 일자리와 정치적 출셋길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타임 오프제를 통해 노조관료들 공격하고 있다. 알량한 노조권력에 안주하고 투쟁을 회피한 결과로, 대중적 기반을 잃어버리고 무력해진 관료들에게, 마침내 ‘최후의 날’이 온 것이다. 노조관료들은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타임 오프제와 싸우기 위해, 노동대중을 동원하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목숨을 위해 투쟁하지 않았던 그들의 목숨을 위해 노동대중이 일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의 민주노총의 퇴락에 책임이 있는 노조관료들이 내부의 투쟁에 의해 건강한 세력으로 혁신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칼에 맞아 쓰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이명박 정권의 국정장악력이 점점 취약해지면서, 어떤 한계점에 이르면 아직은 오직 폭력에 의해 짓눌려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분출점을 찾게 될 것이다. 마치 1987년 6월 항쟁이 7‧8‧9월 노동자대투쟁을 불러냈듯이. 차기정권을 내다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투쟁, 그리고 한나라당의 내분, 그리고 더 큰 떡고물을 얻으려는 소부르주아지(민주노동당, 시민사회운동)의 투쟁은 정권을 점점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광범한 민심의 이반을 목격한 이상 그들 모두 ‘이명박의 계승’이 아니라 ‘이명박과의 차별성’ 경쟁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권력의 누수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둘째, 6월 25일 발표된 건설사, 조선업, 해운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계획은, 이들 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고려할 때, 공황이 재격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09년 정부의 각종지원을 통해 근근이 연명하던 자본들이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는 2009년 비정규직‧비조직노동자에 집중되었던 정권과 자본의 공세가, 정규직‧조직노동자에게로 번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은 한층 취약해진 상태에서 “제2, 제3의 쌍용차투쟁”을 치러야한다.
이명박은 ‘세종시 전투’에서 비틀대고 있고, 유엔에서의 ‘천안함 전투’에서 수세에 몰려있다. ‘4대강 전투’에서는 장마에 따른 홍수로 수장될지도 모른다. ‘이명박의 대지’, ‘이명박의 조국’ 건설업은 초토화되고 있다. 그나마 천만 다행인 것은 아직 노동자군대의 공세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상반기에 적과 아를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공세의 결과,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앞으로 운이 좋으면 부르주아분파에 의해 쫓겨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쁘면 노동자군대의 대대적 공세에 파탄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종시 전투’에서 보여주고 있는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는 이명박의 좌우명이 어디까지 유효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