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놀아난 민주당, 민주당에 놀아난 민생민주국민회의

노동자공동투쟁

MB악법들이 하나씩 하나씩 관철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12일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4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악법을 또다시 개악하겠다고 공식발표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은 자본과 정부의 직격탄을 맞을 처지에 놓여있다.

MB악법 처리를 강행하면서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고 있는 일등 주범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다. 그러나 이들만의 독주로는 전사회적인 분노를 촉발시킬 수 있는 MB악법 강행처리는 불가능했다. 이미 MB악법 처리시기를 뒤로 미룬 경험이 있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게 여전히 직권상정을 통한 처리는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 민주당에게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켰다. 따라서 제1야당을 자처하면서도 본질적으로 독점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는 부르주아 계급정당인 민주당은 MB악법 강행처리의 강력한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부르주아 언론에서는 4월에 비정규악법 개악이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격돌’ 운운하고 있다. 3월 12일 이영희 노동부장관의 발표 이후 일단 ‘표면적으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MB악법 처리를 ‘합의’한 당사자이며,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 정책공조를 취하고 있는 어용노총이다. 따라서 이들의 ‘반발’은 단발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국노총의 경우,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현장에 미칠 파급력 때문에 민주당보다는 더 저항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양보를 공식 선언한 노사민정 합의의 주체인 한국노총이 비정규악법 개악 저지를 위한 실질적인 총력투쟁을 전개하리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 한나라당이  또다시 ‘사회적 합의기구’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한국노총의 보여주기 식 저항도 종식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의회 내에서 한나라당의 MB악법에 맞서서 온몸으로 저항하는 민주투사의 모습을 연출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2일 민주당은 자신들의 계급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민주당의 ‘쇼쇼쇼’

국회점거농성까지 전개하면서 온몸으로 MB악법을 막겠다던 민주당이 임시국회 폐회를 하루 앞두고 한나라당과 미디어법,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법,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처리 등을 합의한 것이다. 특히 언론노조의 투쟁, 조중동에 대한 국민적 반감 정서 등으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던 미디어법안 관련해서는 “100일간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 한다”고 합의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임시국회 폐회를 하루 앞두고 합의한 상태에서 마지막 날에 결론적으로 한나라당 의원의 정족수 미달로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민주당의 ‘지연전술’이었다고도 하지만 민주당이 이미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차기 임시국회도 4월에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MB악법들의 국회처리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협상에 대해 “(부족한) 그런 점이 있으나 (협상하지 않으면) 신문법, 방송법, 핵심 언론 악법들을 아주 잘못된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채 원안대로 날치기 처리하게 돼 있었다”며 “본회의장을 철통같이 막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직권상정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일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처리 소문으로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전국언론노조는 3월 2일을 ‘운명의 날’로 선포하고 1박2일 투쟁에 돌입했으며 많은 언론관련 노조들이 이 투쟁에 동참했다. 조합원 1,100여 명 중 필수 제작인원을 제외한 5~600명이 제작거부에 들어갔던 SBS노조는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한나라당의 미디어법개정안 직권상정이 임박했다고 판단, 오늘부터 파업과 동시에 프로그램 제작 거부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KBS노조는 3월 2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예정하고 있었고, KBS PD협회는 선도투쟁으로 먼저 무기한 제작거부투쟁에 돌입한 상태였다. YTN노조도 오전 9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으며, EBS와 아리랑방송도 3월 2일부터 전면 제작거부 투쟁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말대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직권상정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투쟁동력이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현장투쟁력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의 MB악법처리를 막아내려는 의지가 조금만 있었더라면 MB악법 강행처리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뜻대로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투쟁동력의 극대화가 민주당이 다시 부르주아 국회 내에서 한나라당과 야합해야 했던 주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행보를 봤을 때, 민주당은 반이명박 전선을 주도하고자 발버둥을 치다가도 대중투쟁이 고양되면서 정점으로 치달을 때 노동자민중의 손을 뿌리치고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선택했다. 이는 민주당 또한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부르주아 정당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적절한 수위’의 장외투쟁을 통해서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는 것만을 추구할 뿐이지,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극대화되어서 공황시기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나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번 한나라당과의 ‘야합’에서 미디어법안을 포함한 다른 법안들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민주당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부르주아 언론에서는 미디어법안 관련한 내용만 집중 부각했지만, 다른 법안도 지난 수개월 동안 국회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내용이며, 자본가계급이 수년에 걸쳐서 숙원사업으로 정권에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그 내용을 간략히 보자면 ‘금산분리 완화’는 독점자본들에게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며 ‘정책금융공사법’은 산업은행 민영화 추진을 위한 것으로 정부가 산업은행이 기존에 담당하던 정책금융 기능을 한국정책금융공사라는 기구를 설립해서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폐지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 소속의 기업에 한해 순자산의 40%를 초과하여 계열사·비계열사를 불문하고 국내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서 97년에 폐지되었다가 99년에 부활, 2002년부터 다시 시행되었던 것인데 이번에 다시 폐지하기로 합의된 것이다.

민주당은 적어도 미디어법안 처리에는 100일이라는 시한부기간을 두는 등 자신들도 노력했다는 생색을 내려고 했지만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출자총액 제한 등의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생색내기마저 없이 일사천리로 야합을 진행했다. 그것은 민주당의 이러한 법안에 대한 반대가 독점자본의 이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대가 아니라 총자본의 입장에서 독점자본의 이해를 어떻게 대변하는지의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의 독점자본의 소유는 당장 개별자본의 이해를 충족시킬지는 모르지만 독점의 모순을 격화시킬 수 있고, 지금의 공황에서 보듯 독점자본의 위기가 독점자본 소유의 은행의 위기를 부르고 은행의 위기가 독점자본과 독점자본주의 전체의 위기로 연쇄적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역시 순자산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무차별적인 출자는 자본주의 경쟁원리를 왜곡하고, 과잉투자를 낳아 독점자본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점자본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식의 차이였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사활을 걸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절반도 못 미치는 82석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사활을 거는 것은 MB악법 강행처리 반대가 아니다. 4월 재보궐선거이다. 민주당은 4월 재보궐선거에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야합을 통해서 자본가계급의 지지를 다시 획득하고, 적당한 장외투쟁을 통해서 노동자 민중의 지지기반도 굳히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당의 갈지자 행보는 민주당의 소망을 무참히 깨뜨릴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이 다시 30%대를 회복한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아직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투사 흉내 내기와 ‘국회쇼’가 바로 지지율이 정체되는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부르주아 정당이 형식적으로는 여러 정당으로 나누어진 이상 한나라당과 다른 방식으로 자본의 지지를 받기 위한 민주당의 ‘쇼’는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노동계 또한 이러한 ‘쇼’와 결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쇼’의 들러리 노릇을 중단하라!

민생민주국민회의는 3월 2일 야합을 ‘비극적 타결’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다.

“...의원직을 걸고 언론악법을 저지하겠다”고 까지 공언한 민주당이 결코 해서는 안 될 굴복이다. 또한 나머지 MB악법을 내일 무더기로 처리하기로 한 것 역시 MB독재의 ‘들러리’를 자처한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 모든 민주당의 우둔한 선택에 엄중 항의한다...여당의 강압에 장렬한 투쟁을 포기한 채 맥없이 굴복한 민주당은 국민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민생민주국민회의, 「극적 타결이 아니라 비극적 타결이다」)

민주노동당도 3월 2일 대변인 브리핑과 3월 3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일당독재의 칼날을 뽑아들고 자기 마음먹은 대로 정치를 농단하고 있습니다...민주당 또한 한나라당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한나라당의 국정 농단에 날개를 달아준 굴욕적인 합의문, 그 항복문서에 서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연말연초부터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MB악법 저지를 위해 싸워왔는지 국민에게 답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의 결사항전의 자세는 지난 연말연초 입법전쟁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비타협적이고, 불퇴전의 투쟁으로 MB악법이 단 하나라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아설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여야 합의 원천무효, MB악법에 결연히 맞서겠습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의 배신을 목청 높여 규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탄의 목소리는 이들이 민주당과 한 배를 탄 채 독자적인 대중투쟁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데 등한시했다는 점에서 바로 자신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민주당은 부르주아 정당의 본분에 충실할 뿐이며, 이들의 배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 때에도 이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을 철저히 배척하지 않았다.

이제는 적과의 동침을 끝장낼 때이다. 지난 2월 28일 노동자대회에서 봤듯이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는 여전히 생생히 살아있고,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한 투쟁동력 또한 건재하다. 비정규악법의 개악까지 현실화된다면 MB악법을 정말로 끝장낼 투쟁동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YTN노조 간부의 구속과 피디수첩 피디의 체포와 탄압 같은 이명박정권의 노골적인 도발은 언론 노동자들의 항쟁의지에 불을 지르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민주당 ‘쇼’의 들러리 노릇을 자임하고 있는 상층단위에 있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놀아나고 있다면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은 민주당에 놀아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부르주아 정당과 단호히 결별해야 할 때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길을 가게 내버려두자! 노동자계급은 노동자의 독자적인 투쟁의 길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