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자본주의적 국유화가 노동자의 대안인가?

노동자공동투쟁

쌍용차 투쟁이 전국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대안논리’란 이름으로 다양한 입장이 제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안논리는 결국 회사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이거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말하는 자본주의 국유화 같은 개량주의 요구에 불과하다. 그것이 사회화, 공기업화, 국민기업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종업원지주제 등 다양한 변종으로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본질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잡종 국유화 요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의 대중조직이나 교수집단, 다함께, 해방연대, 사노준, 사노련 등 좌·우파 조직 가릴 것 없이 다양하게 제기하고 있다. 과거 기아자동차의 국민기업화 요구는 노골적인 회사 살리기 형태로 가장 반노동자적인 입장이었다.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 당시에 금속노조 등에서 제기한 공기업화, 사회화 주장은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노동자의 퇴직금, 지자체의 출자금, 산업은행 출자금으로 대우차를 살리자는 노동자 양보론이었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쌍용차 구조조정과 회생의 대안’이라는 글에서 “노동자의 출자에 의한 지배주주화 또는 공기업화”를 제출했다. 그는 “경쟁력 강화방안을 제시하는 적극적 형태로 대안이 모색되어야 채권단 설득의 강력한 수단이 성립되는 것으로 보임”, “사회화라면 사유화보다 실적으로, 더 나은 생산성을 강구시킨다는 논리와 실례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말이 노동자가 주인이지 결국 채권단의 노예가 되어 채권단이 바라는 대로 노동자가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채권단이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이 미흡하다고 정리해고를 요구한다면 그땐 어쩔 것인가?

『레프트21』(‘다함께’와 업무제휴 맺은 진보언론)은 “국가가 나서 ‘시장실패’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 대규모의 시도는 이미 1930년대와 1970년대에 거듭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 정부도 시티은행과 AIG를 국유화 했다”고 하면서 국유화를 주장한다. 미국의 거대 금융기관 국유화 과정에서 미 오바마 정부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같은 금융기관 국유화에서 보듯이, 미 정부는 노동자를 대량 정리해고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이 회생되면 다시 독점자본에게 재매각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적 국유화의 기만성을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해방연대는 “국가가 생존권과 쌍용자동차라는 생산설비를 책임지는 국유화”를 요구하면서 “국가의 전면적인 개입 없이 기업회생과 고용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해방연대는 운영원리 변화를 통해 노동자가 직접 국유기업의 통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 혼란스럽다. 현재의 자본주의 국가가 전면적 개입과 책임으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줄 주체처럼 말하다가 그 한계를 대며 노동자 통제를 주장한다. 해방연대는 더 나아가 “시장의 구매력을 초과하는 과잉 생산능력이 항시 존재하는데, 이를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무정부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 내에서 이러한 전체 사회의 필요와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는 생산이 가능한가? 해방연대가 생산의 계획을 말하려면 현재의 국가가 책임지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유화의 한계를 폭로하고 사회주의 국유화를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노련은 현재 시기에 이행기 요구로써 국유화를 말하는데 이것이 자본주의 내에서의 국유화와 실천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사노련의 주장은 해방연대 주장의 복사판이다.

정치권력 장악과 노동자의 집단적 소유만이 진정한 대안이다!

쌍용차를 국유화 한다면 공적자금 투입이 운운될 것이고, 그러면 자본가 국가는 또 다시 노동자의 정리해고와 양보를 전제조건으로 내걸 것이다. 국유화 요구가 강력한 투쟁으로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고용과 생존권’의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우회로를 거치는 동안 정부는 국유화 관련한 협상을 요구하며 국유화의 조건으로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하고 현장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갈 것이다. 노조가 국유화라는 대안논리에 갇힌다면 이를 둘러싼 협상국면이 조성되고 당장 희망퇴직에 맞서 총파업 투쟁전선을 조직해야 하는 당면과제가 뒤로 후퇴할 뿐이다.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중심에 둔 우회로가 아니라, 소유형태가 제3자 매각이든 국유화든 회사 처리 방향과 상관없이 ‘고용과 생존권’을 중심에 둔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본주의 내에서는 소유형태가 총자본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국가가 소유하는 국유화(즉 국가 ‘자본’)의 형태이든지, 독점 대기업이 소유하는 사적 ‘자본’ 형태이든지 소유형태만으로 그 어떤 진보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단지 사적 독점자본이 형성되기 이전에 국가가 철도, 항만, 도로를 국유화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그 점 하나에서만 진보적일 뿐이다). 그것은 소유의 형태만 다를 뿐 결국 ‘자본’ 그 자체이다. 현재 공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통제와 탄압, 임금과 단협삭감, 대량 정리해고 공세만 보더라도 소유형태가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국유화의 주체인 국가권력이 자본가계급의 손아귀에 있는 자본가 국가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국가권력의 폭력적 본질은 공황시기에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국가권력에 대한 폭로와 문제제기 없이 주장되는 국유화 입장은 이러한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은폐하고, 노동자계급에게 자본가 국가에 대한 환상을 유포시킨다는 점에서 지극히 반노동자적 요구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적 ‘대안논리’에 휩싸일 것이 아니라 오직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안정을 중심에 두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사유화나 한시적 국유화를 통한 제3자 매각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민간 자본으로 넘어가서가 아니라 오직 그 과정에서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결국 쌍용차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의 소유 형태에 대한 자본주의적 ‘대안논리’가 아니라 어떤 노동자계급의 기조와 원칙을 세우느냐, 노동자 내부를 통일단결시켜 어떻게 과감한 전술을 감행해내는가이다. 우리는 다양한 변종으로 나타나는 자본주의 국유화 요구를 떨쳐버리고, 노동자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노동자의,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를 위한 국유화만이 진정한 계급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럴 때만이 자본주의적 무정부성에서 오는 과잉생산이 아니라 전 사회적 차원에서의 합리적 계획에 의해 생산, 통제, 분배가 조직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전망 하에서 ‘고용과 생존권’을 중심에 두고 단 한 사람의 정리해고도 없는, 한 푼의 임금양보도 없는, 단협 한 조항의 양보도 없는 결사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물량이 부족하다면 임금양보와 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현 고용과 임금을 사수해내야 한다. 쌍용차 총파업, 지역, 전국 총파업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강력한 정치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혹시 쌍용차를 청산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상생보증프로그램’ 명목으로 쌍용차와 GM대우 협력업체에 2,4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쌍용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볼 때 현재 정부는 쌍용차 청산보다는 존속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쌍용차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구조조정 동의서’를 요구하여 노조 스스로 정리해고를 받을 것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청산협박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공적자금 지원 조건으로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하는 정부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정권은 설령 쌍용자동차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 할지라도 쌍용자동차 노조가 중심에 서고 전국적 투쟁이 조직된다면 계급투쟁이 가져올 청산의 후유증이 두려워서 감히 청산 운운하지 못할 것이다.

동지들! 승리는 노동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