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금속노조 공생협약은 어떻게 쌍용차 투쟁을 가로막고 있는가?

노동자공동투쟁

옥쇄파업투쟁이 한 달 넘게 진행되는 쌍용차에 구사대가 투입되어 파업의 최후의 거점인 도장부를 침탈하고 있다. 경찰은 구사대의 뒤에서 구사대의 폭력을 방조하면서도 노노 갈등과 충돌로 몰아가면서 공권력 투입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이 투쟁을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산시키기는커녕, 정갑득 위원장이 집회에서 노골적으로 금속차원의 총파업투쟁은 조직되기 힘들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는 등 투쟁지도부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금속노조 지도부의 반노동자적인 행태는 지난 6월 1일 “쌍용차에서 새 모델을 만들자!”는 제목의 자료에서 극에 달했다.

이 자료는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철저한 희생을 바탕으로 경제회복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먼저, 새로운 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폭스바겐의 사례를 성공적인 유형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동자는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을 양보하고, 회사는 대신 경쟁력을 강화 … 도요타와 함께 세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유형”(6월 1일 금속자료)

노동자의 임금삭감을 전제로 일자리 나누기를 한 폭스바겐의 사례는 지금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운동과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노동자의 양보를 바탕으로 한 경제공황 대처법은 이미 올 초에 금속 내부에서 ‘공생협약’이라는 이름으로 제출된 바 있다. 당시에 이 ‘공생협약’은 비공개 문건이었는데 부르주아 언론을 통해서 공개되면서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켰다가 결국 공식적으로 폐기됐다. 그러나 노동자 양보를 통해서 자본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생협약의 정신’은 폐기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쌍용차 투쟁을 통해서 더욱 반노동자적인 형태로 부활되었다.

“위기극복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노조의 제안― 쌍용차에서 새 모델을 만들자!”에서 금속노조 지도부가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내용을 보자.

노조는 후생복지비 등에 대한 유보, 위기경영을 위한 근무형태변경을 우선 2년간 시행하고 기업경영조건의 개선에 따라 협약종료 후 연장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인건비 절감효과는 회사정상화까지 지속적인 효과를 가짐 ...

노동시간을 5+5체제로 전환할 경우 생산성 향상의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음... 판매변동에 따라서 유휴인력에 대한 완충을 위해 다양한 교대제 형태를 도입... 이러한 제반 조치를 통해 노동시간 감축에 따른 실질임금감축과 노조가 제시한 1,000억의 보증을 포함할 경우 사측이 인건비 절감액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해소할 수 있음 ... 노동시간의 단축에 따른 조합원의 노동집중도를 높이고 ... (같은 자료)

금속노조 지도부는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삭감은 물론,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근무형태 변경을 유지함으로써 인건비 절감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자본에게 호소하고 있다. 자신들이 제출한 양보안이 자본의 구조조정안 보다 더욱 많은 인건비 절감과 노동 강도 강화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금속노조의 양보안이 현실화될 경우, 쌍용차 노동자들은 수년간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고통과 함께 실질임금 삭감으로 고통 받아야 한다. 또한 임금과 노동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단체협약은 무력화된다.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정상적인 임단협은 물 건너가게 된다. 이는 곧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금속노조는 경제공황 시기에 자행되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을 조직하는 대신, 투쟁하기도 전에 굴종하고 있다. 30년대 대공황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금의 공황 국면에서 노동자와 자본가가 함께 살 수 있는 ‘공생’은 불가능하다. 독점 자본들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의 독점자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자본들은 호황기의 지불능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황기의 투쟁은 호황기보다 장기화되는 경향을 띤다.

지금 쌍용차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먹고 살게 해달라는 지극히 생존권적인 요구이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은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자본의 입장은 분명하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노동자가 죽어야 한다!” 자본은 지금 노동자의 철저한 희생을 바탕으로 살아남으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생’을 말하며 자본에게 요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양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금속노조의 공생협약은 중앙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폐기 되었던 것이다.

금속노조가 이러한 대폭적인 양보안을 제출한 다음, 쌍용차에서의 자본의 대응은 바로 다음날 개별적으로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것이었다. 이미 금속노조의 속내를 다 알아차린 자본은 그 정도의 양보로는 부족하며 정리해고까지 받으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협박과 금속노조의 배신행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쌍용차 투쟁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파업대오의 결연한 투쟁의지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더 이상 한 달을 넘기며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파업대오의 투쟁의지를 꺾는 배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쌍용차 투쟁은 개별 단사투쟁의 성격을 넘어서고 있다. 이 투쟁이 패배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전체 노동자계급에게 돌아갈 것이다. 금속노조는 양보와 굴종이 아니라 총파업투쟁의 길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