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대연합 노선의 파산과 진보대연합의 문제

― 10월 재보선을 중심으로

노동자공동투쟁

지난 10월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참패였다. 지난 재보선은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은 지난 재보선이 정권심판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것으로 ‘정권심판론’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재보선에서의 참패 이후에 연이은 참패를 했다. 강릉과 양산에서 승리했다고 하지만 당선 전망이 높았던 수원, 안산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에서 패배함으로써 사실상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진보신당은 후보를 내지 못했고 기존 부르주아 정당 내의 ‘진보개혁’적 후보라는 임종인을 지지하다가 참패를 당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안산 상록을에 당력을 집중하여 임종인을 지지하다가 민주당 김영환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민주노동당은 수원 장안에서 7.2%를 얻었으나 충북 4개군과 양산에서 각각 3%대의 저조한 득표를 얻었을 뿐이다. 수원의 경우에도 12%를 얻었던 지난 선거에 비해 5% 정도나 득표수를 잃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가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이라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게는 의회주의 이중대 노선에 대한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안산 상록을에 당력을 집중한 것은 임종인이 기존 부르주아 정당 내에서 파병반대와 한미FTA반대 등 ‘진보개혁’적 입장을 대변한 후보였다는 이유였다. 임종인 선대본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당력이 집중됐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촛불단체까지도 하나로 결집했다.

안산 상록을의 임종인의 승리는 저들에게는 ‘진보개혁진영’의 승리이기 때문에 반이명박전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이 된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진보개혁 진영의 당선을 위해서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매달렸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심지어 “이명박-한나라당 심판의 진정성을 보인다면 민주노동당은 후보 출마지역에서 과감하게 정치적 결단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안산에서 민주당이 임종인에게 후보를 양보한다면 수원, 양산을 비롯한 다른 민주노동당 출마지역에서 민주당에게 후보를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다른 지역에서 후보사퇴와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로 인해서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이 훼손되는 한이 있더라도 안산 상록을에서 임종인으로의 단일화를 통해 진보개혁진영의 당선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선거구가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안산에서 단일화가 된다면 당선이 기정사실로 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자당의 후보가 아닌 임종인의 당선을 위해서 자당의 후보 전체를 사퇴시키겠다는 발언은 기존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을 뒤흔드는 중대한 발언이었다.

수원 장안은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과의 경쟁 속에서도 12%대를 얻었던 지역이고, 양산은 당선 가능성은 낮아도 민주노동당 독자성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었다. 양산의 민주노동당 후보였던 박승흡이 누구인가? 박승흡은 지난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진보신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민주노동당의 독자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대변인직을 사퇴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독자성의 의미에서 상징적이라 할 수 있는 양산에서 후보를 사퇴시키더라도 안산에서 임종인을 당선시키겠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선거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에게 선거 전략의 모든 것이었던 안산 상록을에서 ‘진보개혁진영’의 공동후보인 임종인은 15.6%의 득표로 참패했다. 민주당의 김영환은 41.2%로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됐다.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아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반한나라당 공동전선이라는 명분보다도 철저하게 자신들의 독자적인 실리를 챙겼다.

정치적 독자성과 자주성을 상실한 민주대연합 노선의 파산

이번 재보선으로 인해 반한나라당 공동전선의 표현인 민주대연합노선은 사실상 파산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당이 정치적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난하지만, 그러한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일방적으로 매달렸던 자신들의 정치적 어리석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출범과 역사는 비록 그것이 개량주의와 의회주의로 경도됐지만 비판적 지지의 망령을 뚫고 노동자민중의 독자적 정치 세력화라는 대의명분하에 진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조직상에 있어서의 독자성은 의회주의, 개량주의 노선으로 인해서 정치적으로 끊임없이 흔들렸다. 의회 내에서의 소수정당이라는 한계는 민주노동당의 형식적 독자성을 끊임없이 위협하면서 자유주의 부르주아 정당 이중대 노선으로 더욱 더 내용적으로 민주당에게 포섭 당하게 만들었다.

이번 재보선은 반한나라당, 반이명박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몰계급성과 민주당 이중대 노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명박의 집권 이후와 노무현, 김대중의 사망 당시에 보여주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몰계급성과 독자성과 자주성의 상실을 집중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여전히 민주노동당 안팎에서는 기존의 반한나라당 민주대연합 노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제출되고 있다. 민주당이 비록 이번 재보선에서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민주당 내에는 여전히 임종인과 같은 진보개혁적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이명박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민주대연합 노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민주대연합 노선은 이명박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제공해주고 승리한 이후의 집권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당면해서 세운 정권은 진보세력만의 독자적 정권이 아니고 진보개혁 세력의 연합에 기초한 정권이라는 것과 관련 된다”(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이들에게는 선거공조가 일시적인 전술이 아니고 진보개혁 세력의 연대연합을 위한 전략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안산 상록을에서의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와 진보개혁 진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임종인의 당선은 민주당 내 개혁세력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의 진보세력과의 통합과 공동정권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비록 진보신당 내에서는 이점이 노골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민주노동당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김대중의 죽음 이후에 보여준 진보신당의 행보와 안산 상록을에 당력을 총집중했던 진보신당의 전력에 비춰볼 때 후보단일화와 임종인이 당선됐다면 진보신당도 이러한 흐름에 휩쓸리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의 참패 이후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반이명박 전선을 위한 민주당과의 연대라는 민주대연합노선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이것은 기존 민주대연합에 반대해서 제출되는 진보대연합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대연합 노선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성, 자주성을 상실한 민주대연합 노선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가?

진보대연합 노선 가운데도 민주대연합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을 강화함으로써 민주대연합의 토대를 구축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민주대연합노선의 폐기가 아니라 진보대연합을 수단으로 해서 민주대연합이라는 목표를 이루자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진보대연합을 통해 진보통합당을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보신당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당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선거공조를 통해 진보정당 재통합의 조건을 다지자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다함께”도 진보대연합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민주대연합의 대안으로 가장한

진보대연합의 의회주의와 계급협조 노선

민주대연합 노선은 일종의 통일전선이다. 이명박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파시즘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모순이 집중돼 있는 이명박에 맞서는 투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세력이 단결해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국회 내에서 한나라당에 맞서는 데 필요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소수의석이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공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대연합 노선의 핵심이다.

이 주장은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통일전선이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기초로 해서 이뤄지지 않으면 그것은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계급연합, 계급협조노선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대연합 노선은 민주당과의 부분적인 연대연합의 문제보다도 민주당 이중대 노선으로 인해 노동자계급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훼손하고 계급협조노선을 한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민주대연합 노선은 이명박정권에 대한 성격뿐만 아니라 통일전선을 왜곡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파시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파시즘은 아니다. 파시즘은 초기에는 의회나 선거라는 절차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는 국회나 선거, 법적인 형식과 절차조차도 무시하고 폭압적인 탄압을 자행한다. 이명박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폭압적 탄압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회와 선거 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있지 않다. 이명박 파시즘정권에 맞서 싸우기 위해 부르주아 야당과 연대해야 한다는 민주대연합 노선과 반한나라당 전선에서 민주당과의 국회 내 연합, 선거공조에 가장 중요한 비중을 두는 민주대연합 노선 내에는 이렇게 심각한 자기분열적 이중성이 있다.

물론 민주대연합 노선은 의회 내에서의 투쟁뿐만 아니라 반이명박 공동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도 보았듯이 국회 밖에서의 반이명박 공동전선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한 지방선거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선거를 통한 합법적인 집권에 모든 관심과 역량을 쏟고 있다. 민주대연합 노선에 반대하는 진보대연합 노선의 경우에도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의 공조를 하는데 모든 힘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대연합 노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민주대연합은 이 선거 공조에 민주당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고 진보대연합은 민주당과의 선거공조에 비중을 두지 않고 진보진영의 선거 공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대연합노선에서 강조하는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대중투쟁은 의회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보조물에 불과한 것이다. 의회투쟁이 대중투쟁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투쟁이 의회투쟁에 종속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대연합 노선은 이명박반대 투쟁에 있어서도 ‘이명박퇴진’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거는 데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투쟁 보다는 선거를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진보대연합 노선도 민주대연합노선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민주대연합 노선에 반대하면서 나타나고 있지만 진보대연합 노선 역시 의회주의와 계급협조노선에 기초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에 맞서 투쟁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정치세력과 계급, 계층과의 통일전선이 필요하다. 4대강 반대나 미디어법 반대, 민주주의 투쟁의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 민주당과의 제한적 공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집권 시절에도 자유주의 부르주아 정치세력은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반노동자, 반민중적 정책을 취했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유주의 부르주아와의 제한적 공조에 있어서도 저들의 기회주의적이고 반노동자성과 반민중성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폭로해야 한다.

이명박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파업권과 일상활동에 대한 탄압, 생존권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독점자본의 대변자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황기에 독점자본의 이해를 보다 노골적이고 폭력적으로 대변하는 반동적 정권이다. 따라서 이명박정권에 맞서 싸우는 것은 바로 폭력적이고 반동적인 독점자본과 독점자본의 대변자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통일전선은 변혁노선과 사상을 중심으로 한다. 반이명박 투쟁전선을 위해서는 이명박정권에 맞서 싸우는 광범위한 세력의 연대가 필요하지만 그 목표는 이명박을 퇴진시켜서 민주대연합정권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진보정권을 세우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이 사회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반동적, 폭력적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 독점자본주의에 맞서 노동자민중의 해방된 세상을 위해 싸우기 위한 것이다.

민주대연합 노선이든 그것의 대안으로 가장한 진보대연합 노선이든 그 본질은 노동자계급 중심성의 문제가 빠져 있고, 변혁성을 상실한 의회주의 노선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변혁적 통일전선을 이끄는 혁명적 전위정당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명박정권에 맞서는 투쟁의 목표는 노동자계급 내에 팽배한 계급협조 노선을 깨뜨리고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노선과 투쟁을 강화해서 전위정당 건설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