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교섭,

정세변화의 주요인과 노동자계급의 투쟁 과제

노동자공동투쟁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에 이어 지난 12월 8일-10일 미국 보즈워스 특사의 평양 방문이 있었다. 방북에서 보즈워스 특사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했다. 보즈워스의 평양 방문 이후에 미국이 북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도 이에 뒤질세라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여전히 반북 냉전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나 이러한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조선반도) 정세를 외면하지 못하고 남북정상회담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 보즈워스 특사의 평양 방문에서는 북의 6자회담 복귀와 더불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공통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에 북에서는 조문단을 파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였지만 여전히 남북관계는 서해 해상에서의 무력충돌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 등 군사적,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북의 6자회담 탈퇴 이후에 진행된 북의 1,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인공위성 발사를 이유로 미국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해서 자본주의 국가의 대북 제재와 고립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화 국면의 전개는 한반도를 둘러싼 대단히 급격한 정세변화라 할 수 있다.

무엇이 이러한 정세변화를 가져왔는가?

이러한 정세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멀리는 60년 전의 한국내전과 북미의 종전협상, 가까이는 6자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내전의 종전 이후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은 남을 반공의 보루로 삼고 사회주의 북에 대한 말살고립 정책을 계속해왔다. 소련의 몰락과 중국의 자본주의화 이후에 북 사회주의의 고립은 더욱 극심화 됐고 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의 반북 말살책동에 외롭게 맞서 왔다.

물론 이러한 적대정책의 과정에서도 국제적 수준에서는 94년 제네바 합의가 있었고, 남북 사이에는 2000년 1차 남북정상(지도급) 회담에서 만들어진 6.15공동선언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2.13 합의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계기가 있었으나 이러한 노력들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과 고립정책으로 인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특히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 말살정책은 국제적 합의와 남북 사이의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노력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미제국주의 국가의 정권의 성격에 따라 북에 대한 적대정책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그것이 군사적 방식의 대결정책이든, 이른바 ‘햇볕정책’이라 불리는 비군사적 방식의 외교정책이든 본질은 북의 사회주의 체제를 직접적으로 붕괴시키거나 자본주의화 하는 것이었다.

60여 년 동안 계속된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제국주의 공세에 맞서 북은 선군(先軍) 정책을 통해 미일 제국주의와 남의 군사공세에 대항해 왔다. 선군정책의 중심에는 북의 핵무기 개발이 있다. 이러한 선군정책은 제국주의 책동에 맞서 북 사회주의를 군사적으로 방어할 수 있게 했으나 반면에 이로 인해 북 사회주의는 더욱 더 경제적 침체를 겪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북의 핵무기 개발로 군사적 위협을 느끼게 된 미국은 핵무기 개발을 폐기시키기 위해 일본, 중국, 러시아를 끌어들이고 남북이 참여하는 국제적 수준의 6자회담이 개최되게 되었다. 북은 북대로 6자회담에 참여해서 미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고립말살 정책을 폐기시키려 한 것이다. 2005년 이러한 6자회담에서의 공동의 이해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원칙을 담은 9.19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하였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의 공동의 이해관계라는 것은 사실상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것에 불과했다. 미국은 9.19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대북 고립 말살책동을 멈추지 않았고 이것은 부시정부에 의한 경제제재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보다는 북의 일방적인 핵무기 개발 포기를 중심의제로 삼으려 했다.

결국 북은 6자회담을 탈퇴하고 1, 2차 핵무기 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은 북에 대한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강화했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의 이러한 고립과 말살정책은 북사회주의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속화시키기는 했으나 직접적으로 붕괴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북의 성공적인 핵실험은 미국을 다시 북과의 대화에 나오도록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 미국의 발이 묶여 있었고, 러시아와 중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는 국제적 이해관계가 있지만 북이 핵무기의 성공적인 개발과 실험 등으로 인해 군사적 힘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정세변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북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군사적 자위력이 없었다면 무엇이 미제국주의를 협상의 자리로 다시 끌어들이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겠는가?

북의 6자회담 탈퇴와 1,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와 인공위성 발사 이후에 전 세계 제국주의 국가들과 자본주의 국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진보신당, 전진, 사회당, 다함께, 해방연대, 사노준, 사노련 등 남의 이른바 진보진영이라는 하는 세력들도 대부분 제국주의 책동의 어릿광대가 되어 북의 핵무기 실험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양비론으로 대응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좌우파 가리지 않는 북핵실험에 대한 압도적인 비판 분위기에 위축되어 대중들의 눈치를 보며 북의 핵무기 개발이 자위권의 차원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주장하지 못했다.

이들 사이비 진보진영에서는 핵무기 경쟁 같은 군사적 경쟁이 아니라 전 세계 민중과 함께하는 반제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백 배, 수천 배 이상 되는 제국주의 국가의 핵무기와 군사적 물리력에 맞서서 단지 평화적인 반제투쟁만을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공세 앞에 자발적으로 무장해제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핵무기를 통한 군사적 방어와 전 세계 민중과의 반제투쟁은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적극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북 사회주의에 대한 반동 부르주아지와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의 태도

북의 무기수출과 제재로 인한 변수가 남아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대화의 큰 물줄기는 바꾸지 못할 것이다. 남의 반동적 부르주아들과 자유주의 부르주아들은 이러한 정세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對北 완화론자들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김정일 집단이 최대 위기에 몰린 지금 저들을 돕자는 것인가.... 한 마디로 지금은 우리의 대북자세를 바꿀 때가 아니다. 강경이든 완화든 어떤 방향전환도 바람직하지 않고 그저 북한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지금 북한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정권에 대한 인민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조선일보』 12. 20, 김대중 칼럼, 북한 인민(人民)과 권력 집단 간의 ‘싸움’)

반북 반공 대결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조선일보』는 이러한 급격한 대화국면으로의 정세변화에 당황해 하고 있다. 이들은 급격한 대화국면으로의 이행이 북에 대한 적대정책과 고립말살 정책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라이트 계열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여전히 북 사회주의의 붕괴를 기대하고 이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반동 부르주아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이들을 핵심적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명박정권은 내부적으로는 전 세계적 차원의 대화국면을 외면하지 못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원칙상의 변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남북정상 회담 추진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동 부르주아는 무엇을 근거로 북사회주의의 붕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 우리는 김정일 집단의 영구적 지배를 묵인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에 적어도 ‘덩샤오핑’ 식의 개혁세력이 나서서 북한의 경제를 살리고 인민의 삶을 개선하는 권력교체가 이뤄지길 바라는 것인가에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 ... 새삼 그것을 상기하는 이유는 지금 북한에 중대한 ‘인민적’차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 소식통들에 의하면 근자에 북한당국이 실시한 화폐개혁으로 인해 인민과 권력 집단 간의 10여년에 걸친 ‘싸움’이 불거지고 있다. 시장(市場)을 매개로 탈(脫)정부적 경제활동을 해온 ‘인민’들은 그동안 북한 당국의 계획경제를 크게 흔들어 왔다. 이런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정일 세력’은 화폐개혁으로 ‘시장세력’의 차단에 나섰고, 인민들은 대규모 북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글)

반동 부르주아 집단들은 북의 핵무기 자위권으로 인해 북에 대한 군사적 붕괴 책동이 여의치 않자 북 내부의 수정주의 세력에 의한 북사회주의의 붕괴를 바라고 있고, 외부로부터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하고 있다. 대북 강경책의 완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은 붕괴직전에 몰린 북의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금의 대화국면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다른 기사(「북한 화폐개혁의 의미와 전망」, 『노동과 투쟁』 제14호)에서 더 깊이 있게 다루겠지만 북의 화폐개혁은 자본주의화 된 중국과의 무역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확산된 시장에 대한 통제를 통하여 북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결국 반동적 부르주아들이 말하는 인민들이라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바로 수정주의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에 의해 북 사회주의의 근간인 계획경제를 붕괴시키고 자본주의로 변화할 수 있는 외부적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또 다른 반동 부르주아의 대변인인 『동아일보』의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옛 공산권 국가들은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을 뼈저리게 겪고 잇따라 시장경제로 전환했다. 과거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 재앙을 겪은 중국은 1978년부터 시장경제 요소를 대거 도입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경제대국(大國)으로 성장했다. ...베트남 러시아 동유럽도 계획경제의 환상을 버리고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해 국부를 키우고 주민의 생활수준을 높이고 있다....반면 김정일 집단은 이제 겨우 싹이 움트려는 시장경제 요소를 뿌리 뽑고 계획경제를 강화하며 시대를 역주행하고 있다.” (『동아일보』 12. 18 사설, 지도자 잘못 만나 지옥에 갇힌 2400만 북한 주민)

저들의 말과 달리 러시아, 동유럽,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과 자본주의화가 주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빈부격차와 인민의 빈곤을 만들어내고 자본주의 모순을 깊게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변화야말로 시대를 거스르는 역주행이다. 또한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공황으로 인해 무정부성과 무계획성을 본질로 하는 시장의 모순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자본주의 현실에서 시장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저들 반동 부르주아의 책동이야말로 죽음을 재촉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들 반동 부르주아들은 러시아, 동유럽, 중국의 자본주의화가 이른바 수정주의 세력에 의한 ‘개혁개방 정책’에 의해 자본주의 시장과 화폐관계가 강화된 결과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햇볕정책’이라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사회주의의 ‘시장 개혁’을 유도해서 사회주의를 붕괴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됐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제국주의 ‘햇볕정책’도 쏘련과 중국에 대한 군사적 대결정책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 군사적 압박과 고립정책을 기반으로 해서 이뤄졌다. 반동적 부르주아의 북사회주의 붕괴 정책에 비해 자유주의 부르주아는 북미 대화국면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이번 화폐개혁이 시장경제의 성장을 통제할 것이라고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성패가 자원조달의 유일한 해결책인 대외개방에 달려 있음도 분명하다....아마 북한이 대외개방을 한다면 2000년 이후 구상해온 중국식 개방전략과 남한의 박정희식 발전 노하우를 결합한 ‘제한적인 경제발전 전략’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북한 화폐개혁의 성공 여부는 가까이는 경제개방의 추진과 상관성을 가지며 멀리는 북핵 문제의 진행 상황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한겨레』 칼럼, 12월 20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북한 화폐개혁의 여러 얼굴)

 

결국 자유주의 부르주아가 대화국면을 지지하는 것도 반동 부르주아의 의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자유주의 부르주아는 북 사회주의의 자본주의화가 북사회주의의 현 지도체제에 의해서도 장기적,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동 부르주아는 이것이 현 지도체제에 의해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 내부의 수정주의자들에 의해서 정권교체를 통해 일거에 이뤄져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실제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 이후에 북의 핵무기 폐기를 돕고 경제지원을 추진하기 위한 기업인들이 방북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찰스 보이드 BENS 회장(전 미 공군대장)을 단장으로 한 8명의 미 기업인들이 최근 북한을 다녀왔다. 방북단에는 세계적 보험회사인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전 최고경영자(CEO), 방산업체인 DRS의 마크 뉴먼 회장, 컴퓨터 서비스 업체인 페로 시스템스의 로스 페로 주니어 회장 등 거물급 기업인들이 포함돼 있다. ...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난 주 방북에 이어 이들이 평양에 간 것은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소련 붕괴 후 독립국가연합(CIS)에 있던 핵무기 폐기를 지원한 단체가 바로 BENS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넌-루가 법’에 규정된 ‘협력적 위협감축(CRT) 프로그램’에 따라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서방사회로의 편입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밸라루스에 있던 약 7000기의 핵무기를 폐기했다. ...대북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채 ‘그랜드 바긴(일괄타결)’만 붙들고 있다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중앙일보』 12. 19 사설, 미국 핵폐기 후원 기업인들의 느닷없는 방북)

이렇게 대표적 부르주아 신문인 조중동 사이에도 북미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처하는 방식이 판이하게 다르다. 현대자본은 일찍부터 금강산 개발 등 북에 대한 투자를 선도적으로 해왔고 삼성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앙일보』에서도 이러한 대화국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명박정권의 대북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들 자본들은 북미대화의 재개를 시작으로 해서 급격하게 북에 대한 투자가 강화될 수 있는 시점에서 이명박정권의 대북 강경책 때문에 자신들이 북에 대한 자본진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북미대화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가 북 사회주의를 자본주의로 변모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르주아 내부와 각 자본주의 국가 사이의 본질적인 이해는 동일하지만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은 분명하게 다르다. 북미 간 대화가 본격화되고 6자회담이 다시 개최되게 되면 표면적으로는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하더라도 저 마다의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각국 사이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정세변화에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우리는 북미대화, 6자회담의 재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로 둘러싼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평화’에 대한 몰계급적 환상을 경계하고 반대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고 북에 대한 고립정책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지지하지만 그것이 북사회주의가 중국처럼 자본주의화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에 대해 우려한다. 북은 미제국주의를 비롯한 전 세계 자본주의의 고립과 말살책동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는 자결권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이 일본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도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반입할 수 있다는 1960년에 체결한 미일 한반도 밀약문서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했다. 미제국주의의 핵우산 정책과 일본 제국주의의 미일동맹에 기초한 일본의 전후 평화헌법의 폐기 기도와 군사적 팽창정책이 폐기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의 일방적 핵폐기가 이뤄진다면 한반도는 언제든지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제국주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핵화에 있어서도 북이 가진 핵무기만을 폐기하는 제국주의 방식이 아니라 미국의 핵우산 정책의 폐기와 더불어 북핵이 폐기되는 진정한 한반도 비핵화가 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미국은 남북통일 이후에도 동북아에 대한 패권을 위해 미군을 영원히 진주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에 진주한 미군은 전면 철수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 이후에 남에 진주한 미군은 점령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왔고 해방조선의 자유로운 민주국가 설립을 직접적으로 방해하고 한국 내전을 불러일으킨 주범이다. 뿐만 아니라 미제국주의는 한국내전 이후에도 미군을 남에 진주시켜 북의 사회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자본주의를 지킨다는 구실 아래 반동 정권들을 내세워 남을 반공의 보루, 제국주의 ‘폭정의 전초기지’로 삼아 왔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더불어 남북한은 대대적인 군축을 통해 이를 남북 노동자 민중의 복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대폭적인 감군, 군복무 기간의 축소를 통해 감행해야 한다. 미제국주의의 군대는 남에 진주할 직접적인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전면 철수하고 제국주의 군사동맹인 ‘한미일 군사동맹’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더불어 남북 사이의 평화적 교류가 확대되면 반공을 구실로 해서 남의 노동자 민중들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철폐돼야 한다.

다함께와 제휴를 맺고 있는 『레프트 21』은 북미대화 국면에 대해 이렇게 주장한다.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체제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는 근원적 뿌리는 제거해야 한다. 세계 패권을 위해 강대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체제, 즉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체제를 변혁해야 한다. 이는 패권 경쟁 당사자의 약속에 의해서도, 북한 당국처럼 군사적 경쟁을 이용하는 것을 통해서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진보진영이 할 일은 그저 얼마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며 응원하거나, 북한의 군비 증강을 지지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레프트 21』, 12월 19일 정병호 기자, 보즈워스 방북과 북미회담).

이들의 말대로 진정한 평화체제의 구축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북의 핵무기 보유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미국의 대북대화와 협상국면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인가? 북의 군비 증강과 군사경쟁 즉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면서 평화체제 구축의 가능성이 열리게 될 지금의 변화국면을 지지한다는 것은 현재 펼쳐지는 변화의 근원적인 힘을 무시하는 소부르주아 평화주의이고 기회주의적 태도에 불과하다.

미제국주의와 이명박정권은 끊임없이 핵무기를 가진 상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공개적으로 북을 협박하고 대북 고립과 적대정책을 계속해 왔지만 결국은 북이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군사책동을 할 수 없었다. 북이 핵무기 자위권을 가졌기 때문에 북은 이라크처럼 군사적 침공을 당하지 않고 60년 동안 대북 적대정책을 계속해온 미국을 다시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북미대화는 물론이고 앞으로 진행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핵심이 될 남북 군축협상과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화는 핵이라는 자위적 협상력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6자회담에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단순히 “지켜보며 응원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6자회담 재개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급격한 정세변화를 활용하여 제국주의 지배제체를 약화시키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 신속기동군이라는 이름으로 미군의 재편성을 위한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미제국주의에 맞서는 반제, 반전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여전히 일방적인 북핵의 선(先) 폐기 시 그랜드 바긴(일괄타결)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일방적인 공세를 계속하고 있는 이명박정권의 대북정책을 바꿔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과 일본의 재무장에 반대하며 투쟁하고 있는 일본 내부의 평화세력과도 국제주의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북의 핵무기 개발이 외부적 정세의 변화의 힘이었다면 노동자계급은 반제국주의 반전평화 투쟁을 통해 한반도의 급격한 정세변화를 추동하는 내부의 강력한 힘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