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진중공업에서는...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현 상황

노동자공동투쟁

2008년 당기순이익 630억, 2009년 당기순이익 519억, 조남호 회장의 2009년 배당금 120억이고, 조선산업에서 세계 10위안에 든다는 한진중공업이 2009년 단 한건의 신규 수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 29척, 성동조선은 12월에만 7척을 수주한데 비해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한진중공업의 선박수주 담당 이사는 조선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전혀 없는 조남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국 국제상무(33세)이다. 언론에서는 불황 이긴 업종들 행복한 연말 “지금만 같아라”며 조선업계 4분기 수주 릴레이 성과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진은 수주 0건을 경영난의 근거로 내세우면서 2009년 12월 18일 “회사생존을 위한 인력조정 및 설계부문 분사 관련 노사협의”를 공문으로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로 전달했다. 이후 한진 노동자들은 행복한 연말이 아니라 불행한 연말을 보내고 투쟁의 수위를 차츰 고조시키면서 총파업 일정을 2월 26일로 잡고, 25일 총파업 돌입을 위한 기자회견과 파업전야제 성격의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

사측이 분사를 주장하는 근거는 <수주경쟁력 약화에 따른 원가개선 및 수주역량 확대>, <인사관리의 효율성제고와 고용안정>, <체질강화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직의 최적화 슬림화 필요>, <설계환경 변화에 따른 전문회사 설립을 통한 생존력 강화> 등을 들고 있다. 이 그럴듯한 말들의 속셈을 뜯어보면 결국 부서폐지와 정리해고이다. 즉, 영도조선소 상선부분 폐지계획의 일환으로 상선설계 관련 부서를 퇴출시켜 영도조선소 규모를 축소시키고 필리핀의 수빅공장에서 생산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조남호 회장은 2010년 1월 13일 임직원 훈시에서 “울산, 다대포, 율도를 없애고 영도조선소를 특수한 부분에 특화한 100% 자급자족할 수 있는 조선소로 탈바꿈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 영도 경쟁력은 제로다 ... 상반기 중에 5,6도크 완전 분리 운영하고 이중 한 도크는 완전 외국인만으로 운영하여 도크 경쟁체제로 운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대표는 2010년 1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도조선소 여건에서는 일반선박 건조는 사실상 어렵다. 영도조선소를 특수선과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고기술 전문 조선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측은 인력조정을 위해 근기법 24조에 의거 현재 인력의 30%(약 1,000명)규모를 축소하되 희망퇴직을 12월 23일까지 받고 1월 24일 노동부에 신고하고 1월 26일 해고예고 통보하고 2월 내 경영상 이유에 의한 인사발령을 내겠다고 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09년 3월 2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2월 16일까지 본교섭을 10차례 진행하였으나 사측의 기본태도는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단협개악안을 들이밀다가 12월 11일에 희망퇴직 일방시행을 통보하고 12월 18일 정리해고와 분사계획안을 단협이 아니라 노사협의로 진행하자는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

이에 21일부터 긴급 상집회의, 22일 부산, 울산 통합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서울 본사 상경투쟁, 대시민 선전전, 부분파업 등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1월 14일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회유와 협박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의 숫자는 355명(직장을 포함한 현장직 86명)에 이르고, 사측은 2003년 작성한 고용안정 협약서와 2007년 작성한 해외공장 관련 합의서는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으므로 법대로 하자며 오히려 1월 6일 특수선부문에는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공문을 보내더니, 12일에는 <선물지급 중단 및 승격 유보>라는 공문을 통해 구정, 근로자의 날, 추석에 지급하던 선물을 중단하고 매년 2월 정기승격을 인력구조조정 이후까지 유보한다고 했다.

한진중공업 지회가 지리한 부분파업과 성과 없는 교섭을 병행하는 동안 1월 13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자 한진해고자인 김진숙씨가 한진중공업 앞에서 천막단식농성에 돌입하고 1월 19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도 참여하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부산경제살리기 부산시민대책위>가 결성, 기자회견을 하면서 1월 28일부터 천막농서에 돌입, 한진의 투쟁은 지역언론에서 노조측이 우위를 점하게 되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단식과 그의 글들은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살려내고 전국의 많은 활동가들을 연대전선으로 끌어들이는 자극제가 되었다.

2월 2일 사측은 노동부에 352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3월 5일 또는 즉시 시행한다고 신고하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월 3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한진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2월 9일 집중투쟁을 결의하였다. 2월 9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진중공업 단결의 광장에는 부산과 울산의 한진 조합원과 민주노총과 시민대책위 연대단위들이 함께 하는 총파업을 결의하는 집회를 진행하였다. 설연휴를 보내고 2월 19일 노조는 최종수정안을 제시했다. 언론에서 일부를 과장해서 보도하는 수법으로 왜곡보도를 했지만 노조의 수정안의 핵심은 수주 0건의 경영난의 책임은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수정안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경영위기의 책임

(1) 회사는 1년 6개월 동안 한진중공업에 단 한 건의 수주도 성공시키지 못한 수주 담당 상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는다.

(2) 최고 경영 책임자인 회장은 스스로 책임지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노동자들이 회사를 믿고 희망을 가지고 현장에서 땀흘려 일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내 수주 물량을 확보한다.

2. 회사는 2009년 임단협 교섭에 대해 인상을 전제한 입장을 공개 천명한다.

3. 위의 1,2항에 대한 전제 속에서 회사의 필요재원 150억 중 100억은 회장을 위시한 경영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면 나머지 50억은 노동조합이 책임질 수 있다.

4. 회사는 합의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인력조정을 중단하고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

50억의 내용에 대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이것이 노조의 양보로 결국 사측의 의도가 관철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정리해고를 강행하려는 의지를 직장들을 동원한 정리해고 명단정리를 통해서 밝히고 노조는 예정되었던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

여기까지의 서술은 정규직 중심의 서술이었다면 이제 한진 하청노동자들의 실상을 들여다보자. 09년 12월 12일 한진중공업 하청업체인 유영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출근투쟁을 진행하면서 한진의 원청노동자가 출근선전전을 할 때 함께하였다. 2월 11일 지노위에서 복직판결을 받았지만 사측은 문자로 통영으로 발령을 냈다. 이에 분노한 하청해고자들은 계속 영도조선소로 출근하여 출근투쟁을 계속하면서, 한진하청 비정규대책위를 구성하여 한진지회와 연대하여 선전물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

이들이 배포한 선전물에 의하면 한진중공업의 인력비율을 보면 직영에 대한 하청의 비율이 90년에 21.2%, 95년에 48.6%, 2000년에 71.7%, 2006년에는 152.9%로 증가해왔다. 지난 10년간 한진은 약 5000억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남겼지만 경제위기를 틈타 수주 0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데 필리핀 수빅공장에는 수주 물량이 있었고, 심지어 영도의 물량마저 수빅으로 빼돌리고 있는 상황 ―의 명목으로 정리해고를 주장하지만 그 전단계로 사측은 이미 하청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역사는 0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하도급비 삼각 및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09년 1월에는 대영전기 정리해고, 도장업체 폐업 예고, 설 귀향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09년 3월에는 성일, 삼화, 홍천 도장 3개 업체와 현대상사가 폐업하면서 퇴직금과 임금을 체불하였고, 4월에는 퇴직금, 임금을 채당금으로 충당하고 고용승계을 하지 않았다. 5월에는 유승산업이 폐업, 대영전기와 동해공업에서 정리해고를 하였고, 7월 대영전기 폐업, 화신기업 폐업, 10월에는 유영산업기술 정리해고, 태림산업기술 정리해고, 12월에는 유영산업기술 정리해고, 영탑사장 임금, 퇴직금 체불 후 먹튀, 대경기술이 폐업하였다. 이런 식으로 09년 한 해 동안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생산비에 못 미치는 계약을 강요받은 결과 40여개의 하청업체중 11개의 업체가 폐업을 하였다. 폐업과 정리해고로 09년 한 해 동안 1,200명의 하청노동자들이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되었고, 남아있는 노동자들도 100만원에 불과한 임금도 만성적인 체불에 시달리며, 임금과 퇴직금을 먹고 튀는 사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측의 의도는 이렇게 비정규직부터 먼저 정리하고 영도조선소를 구조조정하면 율도, 울산, 다대포의 정규직을 영도로 데려와 정년이 멀지 않은 노동자의 자연감소가 일어나고 경기가 호전되어 고용이 필요하면 이제 모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려는 것이다. 최근의 자동차, 조선산업에서 일어났던 모든 구조조정은 언제나 하청의 폐업과 임금삭감으로 시작해서 정규직 구조조정이 끝난 자리에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원하청 공동투쟁만이 사측의 의도를 분쇄할 수 있고, 비정규직 투쟁이 구조조정 반대투쟁과 분리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