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민주노총이여!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상반기 파업투쟁에 매진하라!

노동자공동투쟁

지난 1월 28일 민주노총 ‘제49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김영훈(42, 철도노조) 신임위원장이 6기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이갑용 전 위원장 이후 ‘청년 민주노총’을 내세운 40대 위원장이 된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현장에서 커 온 사람이라 중앙의 관성과 관료를 혁파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부르주아 언론에서는 온건파가 당선되었다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젊은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와 온건파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패기와 전투성의 ‘청년’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온건파’ 이미지가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신임 지도부는 ‘청년 민주노총’이 실제로는 쇠약한, 청년의 기상이 아닌 노회한 온건파 민주노총으로 갈 것인지, 이명박 정권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전투적 민주노총으로 갈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시험대에 놓여있다.

사회적 대화의 망령에서 벗어나라!

새로운 민주노총 위원장이 당선되자마자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김영훈 신임 위원장에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자리를 잡는 대로 노사정 대화의 틀에 참여하길 기대한다. ... 새 민주노총 지도부가 과거의 노동운동 관행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되고 노사정 동반 시대를 여는 시발점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미 노동법 개악국면에서 사회적 대화의 틀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성과를 가져간 이명박 정권이 또다시 신임 지도부에게 악마의 유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노동법은 개악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이명박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것은 구체적인 시행령에서 이것을 더욱 철저히 자본의 입맛에 맞도록 만드는 것이다.

당장 4월 말까지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의 한도를 결정할 근로시간면제 심의위원회(이하 근면위)가 구성된 상태다. 노동계 대표로는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다. 근면위는 60일 동안 구체적인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심의‧의결하게 된다.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일단 민주노총에게 근면위에 들어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근면위의 본질이 무엇인가? 바로 개악된 노동법을 보다 정교하게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도록 다듬질하는 것이다. 여기에 형식적으로 노동계 인사를 앉힌 후에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노동계 대표와 충분히 심의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근면위에 들어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이해에 복무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민주노총이 아직 명확하게 거부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3월초 중앙집행위에서 이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김영훈 위원장은 이미 『노동과 세계』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이 계속해서 탄압 기조를 멈추지 않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반노조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면 민주노총이 택할 길은 국민과 함께 처절하게 투쟁하는 것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경우도 교섭에 들어갈지 여부는 전적으로 상대에 달려있다. 교섭에 들어가는 경우는 우리 편이 준비됐을 때다. ... 교섭에 들어가도 공세적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또다시 이명박 정권의 사회적 대화틀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가장 최악의 모습을 답습하려 하고 있다.

지금 금속노조의 경우, 각 사업장에는 개악된 노동법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단체교섭 지침이 내려간 상태다. 지금은 마지막 방어선과도 같은 단협투쟁을 통해서 개악된 노동법이 현장을 치고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절박한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또다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서 개악된 노동법의 구체적인 시행 관련한 논의를 한다면 이 마지막 방어선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청년민주노총이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화의 망령을 떨쳐버리는 것이다.

상반기투쟁에서 끝장을 봐야 한다!

지금 노동현장은 개악된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노동조합의 특별단체교섭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는 “노동계의 전임자 임금 관련 단협 체결 요구에 대한 대응방향”이란 지침을 내려 보냈다. 노동조합이 전임자 임금보전을 요구하는 단체협상을 요구해도 이에 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을 올해 상반기에 체결하더라도 7월부터 시행되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에 위반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는 금속노조의 경우 이미 지난해 155개 사업장 9개 지부에서 체결했던 “노조법이 개정될 경우 노사는 법개정 즉시 특별단체교섭 또는 보충교섭을 진행한다”는 노사합의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구체적 문구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특별단체교섭 또는 보충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은 사업장별로 단협을 통해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한 내용을 재정립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렇게 자본은 기존의 노사합의마저 파기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리는 등 노동법 개악 투쟁에서 완승을 거두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10년 상반기는 통상적으로 임단투가 중심이 되었던 지난 시기와는 전혀 다른 국면이 되어야 한다. 개악된 노동법을 현장에서부터 실질적으로 폐기시키는 투쟁에서 노동자계급이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은 개별 자본과의 투쟁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이러한 투쟁을 진두지휘하면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세워내야만 한다. 단협 개악과도 직결되는 이번 투쟁에서 패배한다면 노동자계급은 임단투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상반기 투쟁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다시 개악 노동법 폐지 투쟁의 불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총의 동지는 민주당이 아니라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당선 직후 야4당을 방문했다. 지난 2월 3일 민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오랜 동지적 관계이며, (민주당은 민주정부 10년간)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 합법화에도 앞장섰다”면서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손잡고 MB 노동탄압과 공안정치에 맞서자”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번 광우병 투쟁의 최대의 수혜자이다. 그리고 지자체 선거를 앞둔 지금 자신들이 반이명박 전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민주노총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10년 간 소위 민주정부가 노동자 민중에게 가했던 폭압적 행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동지는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이러한 사실을 망각이라도 한 것처럼 노동자계급의 염원과 절규를 외면해왔다. 현장과 멀어질수록 관료화될 수밖에 없고, 부르주아 세력들과의 거리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러한 모든 부르주아적 행태와 절연하고, 현장을 중심에 세워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의 선진노동자들도 보다 계급적, 의식적으로 무장해야만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를 견인, 압박하고 민주노총을 진정으로 노동자계급의 조직으로 재조직하기 위해서는 선진노동자들의 목적의식적인 활동이 절실하다.

당장 이명박 정권과 정면으로 붙을 수밖에 없는 상반기투쟁이 목전에 와있다. 민주노총이 또다시 사회적 대화틀로 들어가려는 흐름을 막아내고 4월 총파업투쟁을 현실화시켜내자! 민주노총이 또다시 현장동력을 핑계로 총파업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현장에서부터 파업투쟁을 조직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