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나이 위계로 행사한 언어 폭력에

조직은 침묵하지 말아야 합니다.

 

 

퀴어문화축제(서울)는 한국의 대표적인 성소수자 축제입니다. 퀴어문화축제를 인권과 상관없이 성소수자들이 단순히 모여서 즐기고 하루 노는 축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들이 모여 얼굴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인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할 수 있는 한 많고 다양한 성소수자 사람들이 모여 얼굴을 드러내며 축제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중요한 축제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나이를 위계로 언어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축제 기획단 내부에서 벌어졌고,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몇몇이 기획단 내부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이 모두 좌절되었습니다. 사건을 묻어 두는 것이 모두에게나 축제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 하에 사건을 공론화하고자 합니다.

 

본 사건은 퀴어문화축제 파티팀 내부 소통하는 카톡 채팅방에서 일어났습니다. 팀장 A씨가 팀원 B에게 지난번 회의에 불참한 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사유 없이’불참하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이미 회의 전에 불참을 전달했던 B씨는 사유가 있었다고 답하자, 팀장 A씨가 반말로 B씨에게 반박하였고, B씨가 반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40넘은 아버지뻘인데 말 편하게 한게 문제?’ ‘20년 이상 어린 팀원에게 반말한 것일 뿐’ ‘반말이 불편하고 폭력으로 느껴졌다면 알아듣게 이야기해도 될 것을 시비조로 왜 반말하세요 라고 하면 어느 누가 좋게 볼까요’ ‘이런 식으로 책임감없게 행동한다면 파티팀에 절대 도움이 안되는거니 스스로가 결정하길 바래요’ 등으로 답하였습니다. B씨는 예전에도 팀장 A씨가 본인에게 일방적으로 반말을 하여 불편함을 느꼈지만, 문제제기 하지 못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파티팀 카톡방에서 B씨와 함께 A씨의 반말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B씨는 팀 내에 나이주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B씨는 축제 기획단 전체회의에서 문제의식이 논의되고 소통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기획단 전체회의 두 번에 걸친 논의와 사무국과의 소통 끝에 결국 이 문제를 조직적으로 함께 해결하길 바라는 당사자 B씨의 요청은 모두 거절되었습니다. 사무국을 중심으로 한 축제 기획단은 계속 이 문제가 ‘서로 사과해서 풀릴 당사자 A,B 쌍방의 문제’라고 보았고 조직적인 논의를 해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저희가 이 문제가 ‘당사자 A,B 쌍방간의 실수이고 서로 사과해서 풀릴 문제’가 아닌, 조직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풀릴 문제라고 생각하고 문제제기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팀장 A씨가 그냥 ‘인간적인’ 실수로 반말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 B씨를 훈육하고 모욕하려는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나이를 내세워 반말을 사용한 것입니다. 파티팀 내부에서 파티에 청소년이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서로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팀장 A는 A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던 B에게만 ‘회의 불참’ 잘못을 굳이 드러내고 반말로 모욕감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나이를 중심으로 행사한, 반말로 표현된 일종의 언어 폭력입니다. 이런 식의 언어 폭력이 기획단 내에서 가능하게 된 데에는 나이 차를 중심으로 하는 위계와 훈육에 대해 축제 기획단 내부에서 별반 문제의식을 갖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둘째, 축제 기획단 측은 이 문제가 A,B 쌍방의 문제이고 ‘일상적인 대화에서 반말이 발생했으면 나이주의에 따른 권력 구조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감정 손상에 따라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권력 구조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나 반말과 하대는 상대가 자신보다 지위가 낮음을 확인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상대가 나이 어림을 확인하고 위계를 내세우고자 할 때 더욱 문제적인 것입니다. (남녀가 의견 대립이 있을 때 남성이 성별 차이로 인한 위계를 내세우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잘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그럴 때 문제가 쌍방의 문제라고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위계차이로 인한 폭력에 대해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것 또한 하나의 권력 구조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축제 기획단의 입장은 오히려 나이에 따른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셋째, 이 문제를 다룬 축제 기획단 전체회의에서 B씨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며, 조직위원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B씨의 대리인 D씨에게 ‘(B씨를 대리한다는)위임장이 있으시냐’ ‘지나치게 격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등의 발언을 했고, ‘B씨가 그렇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만큼 상처가 컸냐’ ‘(인권강의를 하라니)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냐’ 등의 발언들이 나왔습니다. 팀장 A씨는 당사자 B씨가 회의에 불참하고 ‘무례하게 군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축제 기획단이 B씨의 문제제기를 문제제기 자체로 존중하지 않고 당사자 B씨와 B씨를 돕는 사람들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팀장 지위가 있는 사람이 어떤 팀원에게 모욕감을 행사한 다른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회의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까 의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희는 축제 기획단이 문제제기를 소통하려는 노력보다는 봉쇄하고자 하는 노력이 컸다고 보며, 축제 기획단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이 일이 팀장 A씨가 온전히 책임질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고, 그러길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이에 따른 위계 행사 문제에 그다지 고민할 기회가 없었다면,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고, 여느 조직에서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같이 고민하자고, 문제를 풀어보자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라면 청소년이거나 나이 적은 활동가들도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이 되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고, 누구나 가해자-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합니다. 인권 강의를 열자고 했는데 이렇게 모두가 적대적이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축제 기획단은 자체적으로 인권단체가 아닌 ‘임시적 구조’라고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인권은 그냥 ‘인권단체’가 아닌 모두가 속한 공간에서 노력해야 할 문제입니다. 마치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아니면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듯 말입니다.

 

저희는 퀴어문화축제가 다음의 노력을 통해 조직적 차원에서 문제를 인식, 노력해줄 것을 재차 호소하고자 합니다. 언젠가는 퀴어문화축제에 나이에 관계없이 참가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1. 올해 축제를 평가할 때 이 사안을 다시 한 번,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의 심정을 고려하며 반나이주의, 청소년인권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 하에서 평가하여 주십시오.

2. 나이권력을 매개로 한 언어 폭력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힘써 주시고, 만약 또다시 발생한다면 조직 내에서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받아들여주십시오.

 

2014. 06. 09

<나이주의를 싫어하는 르헨, 기획단 파티팀 팀원이자 청소년 해방을 바라는 A-sexual 동이, 좀 더 행복하게 운동하고픈 청소년활동가 쥬리, 평등한 세상을 원하는 소시민 매미,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나이주의에 반대하는 히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서대문구 주민 윤희, 청소년 성소수자 유글, 무지개를 좋아하는 다은, 청소년에 대한 나이주의를 넘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호야, 청소년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라라, 모두를 사랑하는 클라라, 모두의 사랑을 지지하는 까만눈새, 청소년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학인,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벤스, 나이주의에 반대하는 홍수, 나이주의를 규탄하는 시즈닝, 나이위계에 따른 차별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청소년인권활동가 수수, 성별정정을 앞둔 TG 선우, 모두가 안녕했으면 하는 윤성식,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은재, 퀴어문화축제 청소년 CMS후원회원 윤쓰리, 범성애자 소류, 청소년 레즈비언 지누, 청소년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들과 보다 더 평등한 관계의 커뮤니티를 바라는 A.H.LEE, 청소년과 성소수자 모두 차별받지 않길 바라는 청소년 성소수자 박씨, 운동사회 내 나이주의를 없애기 위해 투쟁하는 청소년인권활동가 루블릿, 디자이너 이예반, 나이주의에 반대하는 성소수자 양양, 청소년 성소수자이자 청소년인권활동가인 하루유키, 아이유를 사랑하는 여자 김로디, 차이가 폭력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청년 도균, 나이주의와 같은 권위에 반대하는 대학생 박은수, 청소년 인권운동을 하는 성소수자 정우, 나이주의에 반대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함이로, 나이주의를 반대하는 정다민, 에버, 인권을 공부하는 김지원, 이윤보다 생명을 위해 저항하는 신원, 홍이, 할아버지 할머니뻘이 되어도 말 막 놓지 않을 진냥, 막막 비꼬는 사람이 싫은 엠건, 이런 거에 무뎌지기 싫은 발새, 나이 많‘지애’, 동성애자인권연대 후원회원 광흠, (이번 사건은 마치 인종차별에는 분노하면서 여성인권 보장에는 반대하는 상황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본 조직이 인권운동 안에 또 다른 차별 및 배제가 존재하는 ‘모순된 조직’의 모습을 보이진 않았는지 깊게 생각해보시길 바라며, 앞으로의 퀴어문화축제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랍니다. 인권 보장을 위해 뛰는 조직이라면 조직 내의 평등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델라) 모두가 평등한 커뮤니티가 되길 바라는 델라, 청소년인권운동과 성소수자운동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어쓰, 누구에게도 차별적이지 않은 폭력적이지 않은 퀴어커뮤니티이길 바라는 정다름, 나이주의의 권위적 폭력적 이용에 반대하는 사진가 구덕구,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반말과 하대가 ‘별 일’로 이야기되길 원하는 난다, 아수나로 수원지부 활동회원 플린, 아수나로 인천지부 그링그링, 자꾸 미래의 희망 취급하는 몇몇 활동가들에게 은은한 빡침을 느끼고 있는 필부, 나이주의에 깊숙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지만 연명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수나로 성동석, 퀴퍼 정말 재밌었는데 갑자기 기분 나빠지려 하는 김현우(20), 일시적 목적 상실 중인 yp, 진돗개 아파트에서 키우는 여자 이규리, 으리으리한 남자 권가온, 세미와 상관없는 전상군, 80%스트레이트 최명은, 시험 공부하고 있는 조승규, 성소수자 친구를 둔 양지혜, 포비아를 혐오하는 고세종, 서울대 사회학과 11학번 김민재, 권숙인, 게이바를 즐겨찾는 강원도 출신 이성애자 엄재연, 나이주의에 반대하는 활동가 이한, 양성애자인 게 떳떳한 조혜연, 로디에 의해 선동당한 청소년 양선생, 예쁜 여친이 있는 에르본, 수학과 연애하는 도중에 물리와 바람피고 들켜서 둘 모두에게 외면받은 수학교육과 대학생 황진영, 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김다은, 이기적이지만 안 이기적으로 연서하고픈 김한미르, 펑크락을 사랑하는 윤형원, 나이가 적든 많든 모두에게 존중받고 싶은 다영, 퀴퍼 참여한 예수쟁이 여정훈, 나이주의가 성폭력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생존자 퀴어 장애여성 사랑, 어리다고 놀리지 말길 바라는 수줍은 다솔, 수호 성인의 업을 따라 모텔업을 하고 싶어하는 Claudia Wang, Bisexual Eveyura B. Krovum, 푸른솔, 이춘희, 최승원, 알콜중독 아닌 알콜중독 이슬비, 수줍음과 부끄럼을 많이 타는 괴생명체 하진우, 나이에 따른 차별이 없어지길 바라는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 아리데, 더 평등한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되길 바라는 져니, 아이유를 좋아하는 남자 더쿠 이규민, 정말이지 너무 먼 것 같은 윤재은, 사랑과 정의의 미소녀 전사 나수연, 존중의 정도가 모두에게 같기를 바라는 퀴문축성애자 봄동, 즐겁게 퀴퍼 참가했던 퀴어로서 이번 일을 기획단에서 현명하게 처리함으로써 내년에도 기쁜 마음으로 퀴퍼에 참가할 수 있기를 바라는 김은수, 이다은, 귀염귀염 터지는 깜찍한 오윤구, 차별과 배제없는 축제가 되길 바라는 박유리, 운동사회 내 나이주의 차별이 없어졌으면 하는 청소년 활동가 목성 돼지, 운동사회에서만이라도 나이주의적인 행태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미쁨, 준영,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형태, 노동당 청년학생위원장 김재석, 길찾는교회 이지음, 청년좌파 백수정,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김예찬, 길찾는교회 박수진, 길찾는교회 엔틸드, 나이주의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레빈>

 

 

<사건 개요>

 

1. 파티팀 카톡 채팅방에서 팀장 A씨가 B씨에게 반말로 불참을 질책하였고, B씨가 문제제기하자 ‘40넘은 아버지뻘’등의 이야기를 하며 받아들이지 않았음

2. 파티팀의 다른 팀원이자 평소 청소년인권운동을 해온 C씨는 B씨의 문제제기에 공감하였고, 이 둘이 만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논의하면서, 팀장 A씨가 주관하는 회의에서 이 문제가 잘 논의될 것 같지 않고, 당시에 팀별 회의는 보통 한 달에 한 번씩 열렸고 다음 팀별 회의보다 전체회의가 시기적으로 더 빨리 잡혀 있었기 때문에 전체회의 안건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결론을 내림.(B씨는 이제껏 운동사회에서 나이주의나 청소년 인권문제가 받아들여진 방식이 그러했듯, 전체회의에서 논의하더라도 이런 문제제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본인에게 비난을 할 상황이 두려워 C씨와 논의한 끝에 전체회의에는 C씨와 B씨를 대변할 수 있는, 평소 친분이 있던 D씨가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B씨는 스스로의 감정과 문제의식, 요청사항을 담은 글을 제출하기로 함.)

3. C씨는 전체회의 전에 기획단 사무국장과 연락하여 전체회의 안건으로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점, B씨를 대신하여 D씨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 등을 전달함. 또 갈등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논의를 위해 전체회의 전에 사무국장과 C씨 본인, D씨와 팀장 A씨가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쳐서, 전체회의에 갑자기 이 문제가 안건으로 논의될 경우 A씨가 받을 수 있는 심리적 타격감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전함. 하지만 사무국장 본인과 A씨가 낼 수 있는 시간이 없고, 굳이 그렇게 미리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한다는 답을 받아서 먼저 만나지는 않음.

4. 전체회의 전, B씨가 자신의 감정과 문제의식, A씨의 사과와 조직에서 기획단원들을 대상으로 반나이주의 강의를 주최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아 글 (가) 를 사무국에 보냄. 이 글은 전체회의 안건을 예고하는 축제 홈페이지 스탭게시판에 함께 공유됨. 그 후 스탭게시판에는 A씨가 게시한, ‘이번 일로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전체의 일로 확대해석하고 청소년 인권, 반나이주의 감수성 기르기 강의 등을 개최 하라는 식의 요청은 너무도 무례한 행동으로 보여집니다’ 등의 내용의 게시물 (나)가 올라옴.

5.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회의에서 B씨의 문제제기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 조직위원장이 ‘(D씨에게 B씨를 대리한다는)위임장이 있으시냐’ ‘지나치게 격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등의 발언을 하였고, ‘B씨가 그렇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만큼 상처가 컸냐’ ‘(인권강의를 하라니)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냐’ 등의 발언들이 나옴. 팀장 A씨는 당사자 B씨가 회의에 불참하고 무례하게 군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함. 전체회의는 이 문제는 파티팀에서 해결하라는 것, 둘 다 잘못했으니 서로 사과하라는 것으로 결론이 남.

6. 회의 결과를 전달받은 B씨는 팀장이 당사자인데 그 팀장이 주관하는 팀에서 해결하라는 것과, 회의에 불참한 것과 나이주의적 발언을 한 것이 그저 서로 사과하고 끝내면 되는 문제로 동일선상에서 여겨지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기획단에서 그것이 절차적으로 옳다고 하니 받아들임. 그러나 A씨가 주재자인 회의에서 받을 심정적 상처가 두려워 직접 참여하기보다 글을 써서 팀원과 홈페이지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함.

7. 하지만 파티팀 회의 날짜가 잡히지 않고, 파티팀 회의가 열리기 전에 전체회의가 다시 먼저 열림. C씨가 전체회의에 참여했고, 이 문제가 안건에는 없었지만 다시 논의됨. 이 회의에서 당사자 B씨가 직접 참여해서 본인의 입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옴. C씨는 B씨에게 회의 결과를 전달했고, 축제가 얼마 남지 않은(올해 기획단 해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B씨는 본인이 직접 자리에 나가 이야기해야 조금이라도 해결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 사무국장이 C씨에게 본인과 B씨, C씨, A씨가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어떻겠냐는 언급을 하였음이 생각나서, 본인과 팀장 A씨, 팀원 C씨, 사무국장, 그 외 기획단이 만나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요청한 두 가지(팀장의 사과와 인권 강의 개최)에 대해 결정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음. B씨는 사무국 쪽에 원래 파티팀 회의가 열리면 보내려고 했던 글과, 위의 제안이 담긴 메일 (다)를 보냄.

8. 일주일 후 사무국에서 이 사건이 나이주의적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전체회의 결과에서 더 이상 달라질 것이 없고 B씨의 활동 계정이 정지되었음을 알리는 내용으로 답장 (라)를 보냄.

9. 당사자 B씨는 사무국의 답변 (라)를 받고 더 이상 기획단이 해결하려는 의지와 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기대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이 사건을 외부에 공론화하려고 했으나, 서대문구청의 행사 승인 취소와 성소수자혐오세력들의 공격이 거세어지자 적어도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 공론화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사무국의 답변 (라)에 대한 답변인 (마)를 보냄.

 

 

*사건 발단이 된 카톡 내용은 첨부파일 참고.

 

<B씨가 퀴어문화축제 전체회의에 보낸 글 (가) >

 

저는 퀴어문화축제 파티팀 기획단원 OO입니다. 이제껏 퀴어문화축제의 파티들이 청소년의 입장이 불가하거나 분리되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좀 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파티를 기획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획단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2일, 파티팀 카톡방에서 팀장 OOO님이 저와 다른 한 명을 지목하며 ‘지금까지 파티팀 일원으로 축제전체회의 및 파티팀 회의에 아무런 사유 없이 불참하고 있는데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후 활동에 같이 할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네요.’ ‘회의에 무단 불참하게 되면 자신은 물론 같이 하는 일원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저의 불참이 아무런 사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며, 그 전 회의에는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피곤해서 못 갔다고 이야기했습니다(또한 저는 저의 불참 사유에 대해 이미 회의 전에 전달하였습니다).

 

그러자 OOO님은 ‘그럼 알바할때는 피곤해서 못나오겠네?’라고 갑자기 반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왜 반말을 하냐고 하자 ‘40넘은 아버지뻘인데 말 편하게 한 게 문제?’라고 반문하며, ‘공식적 전체 회의도 아니고 카톡에서 당사자한테 말 편하게 한 게 그렇게 기분 나쁜 일인가?’라고 계속 반말로 이야기하였습니다. 또한 ‘그럼 무조건 존대해야 한다는 거?’ ‘편하게 말하면 그렇게 기분 나쁜일인가?’, ‘그리고 회의 이후에 사적으로 편하게 말 놓고 했었는데 이제 와서 왜 반말하냐고(사실 이 부분은 회의 후 저에게 일방적으로 저를 포함하여 나이가 적은 팀원들에게 반말을 하였고, 저는 매우 불편함을 느꼈지만 미처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라며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저하고 말을 놓자는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자 ‘흠 그런 것도 같은 팀끼리 합의해야 하는 거군요, 네네 님 반말해서 황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라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투로 사과를 했습니다. 제가 다시 사과를 요구하자 ‘반말 함부로 해서 정말 사죄드립니다, 대신 회의 불참하면 최소한 예의있게 정당한 이유를 말해주시면 좋겠네요.’ ‘편하게 반말 한 부분에 이슈가 되니 참 어이가 없네요’ ‘20년 이상 어린 팀원에게 반말한 것이 폭력이고 인권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뭐 할 수 없네요’ ‘시비조로 왜 반말하세요? 라고 하면 어느 누가 좋게 볼까요’ 라며, 스스로가 한 발언이 나이주의적이고 차별적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저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으로 참여하였습니다. 그런데 파티팀 팀장을 맡고 계시고, 퀴어문화축제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OOO님이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회의 불참에 대해 추궁한 것도 모자라,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당연한 듯 반말을 사용하고 문제제기를 하여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고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 카톡방에는 다른 팀원들도 함께 이 갈등을 목격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팀원이 아무 이야기도,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이었으며, 한 분은 ‘정체성으로 구분지어 친화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으로서 우리가 아직 덜 친한 것 같아요’ 라며 이 문제가 철폐해야 하는 권력과 위계의 문제가 아니라 친해지면 해결될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파티팀의 분위기가 이런 분위기라는 것이 더 놀랍고 힘들었습니다.

 

나이 위계를 이용한 언행이 있었을 때, 그런 언행을 한 사람의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 뿐 아니라 조직의 내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조직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퀴어문화축제에는 매년 10대, 20대인 젊은 성소수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기획단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인권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성애 중심 핵가족주의를 해체하기 위한 싸움에 청소년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와 연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퀴어문화축제에 다음과 같이 요청합니다.

 

1. OOO님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청합니다.

2. 4~5월 중,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전체가 참여하는 ‘청소년 인권, 반나이주의 감수성 기르기 강의’ 개최를 요청합니다. 이 강의에는 최대한 많은 기획단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되, OOO님과 각 팀장과 조직위원들은 꼭 참석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강의 구성과 강사를 섭외할 때 저의 의견을 반영해주셨으면 합니다.

3.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논의할 때, 이 사건이 그저 개인 간의 싸움, 감정적 문제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주의와 권력, 차별 발언의 문제로 접근해주셨으면 합니다. 18일 전체회의에서 이 사안을 논의한 후 대변인이나 저에게 메일 등으로 결과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4. 제가 직접 회의에 나가기 심적으로 어려워 OOO님을 대변인으로 소통하려고 합니다.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사항이 이행되기 전에는 활동을 잠정 중단하려고 합니다. 부디 저를 포함한 나이 적은 기획단원들이 편하게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퀴어문화축제의 적극적인 해결을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팀장 A씨의 글 (나)>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본의 아니게 축제 준비로 가장 중요하고 바쁠 시기에 논란의 대상이 되어

축제를 준비하는 모든분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한점에 먼저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이유야 어찌되었던 저의 성숙하지 못하고 언행에 조심하지 못하여

OO님을 비롯해서 어린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고 불쾌감이 들게 한점도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이번 일로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전체의 일로 확대해석하고

청소년 인권, 반나이주의 감수성 기르기 강의 등을 개최 하라는 식의 요청은

너무도 무례한 행동으로 보여집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의무과 권리가 있다고 생각이됩니다

자신의 책임과 의무는 소홀히 한 채 자신의 권리만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나이를 떠나서 서로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지

스스로는 존경과 예의가 없으면서 상대방에게만 그것을 강요한다면 논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나이많은 어른을 공경하고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는 문화는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동등한 인격체로 간주 하지 않거나

무능력하고 미성숙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 자신의 행동에 무책임하면서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이번일로 OO님도 상처를 받았다고 하지만 저를 비롯 다른 분들도 상처를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축제준비로 한창 바빠야 할 시기에 이번일로 개인적으로 자존심도 상하고 사기가 저하되고 일이 손에 잡히질 않습니다

더 이상 이번 일로 또 다른 사람들이 상처 받고 힘들지 않길 바라며 시간과 에너지 소비가 없길 희망합니다.

 

 

<B씨가 사무국에 보낸 메일 (다)>

 

아래는 4월18일 전체회의에서 파티팀에서 논의하라는 결정이 난 이후, 파티팀 회의에 보내려고 쓴 글입니다. 전체회의 이후 팀회의가 잡히지 않아 보내지 못하였습니다. 또다시 왜 팀내에서 해결하지 않고.. 란 말을 들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OOO님이 팀회의를 잡자고 선뜻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파티팀 내 팀원인 OO님으로부터 지난 5월7일 전체회의 결과를 들었습니다. 아직 운동사회 내에서 나이주의 문제는, 이제는 성폭력 문제가 운동사회에서 전보다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과 달리, 충분히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지지 않곤 합니다. 저도 이 문제의 해결방식에 접근함에 있어 많은 고민이 듭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 급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제가 피해 당사자임에도 나와서 OOO님과 서로 사과하라고 요구하신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여러 분들이 제가 오프라인에 나와 직접 이야기하길 요청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소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당사자 간의 만남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저와 OO님과 대변인(OOO님), 팀장 OOO님과 사무국장님 또는 그 외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사람1인이 만나는 자리를 제안합니다. 그 자리는 저와 OOO님이 서로를 마주하고 이야기하고, 또 제가 퀴어문화축제에 요청한 2가지 사항(OO님의 사과와 전체 인권강의)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이 방법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게 할 수 있는지, 만약 문제가 있다면 대안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상황에서 파티팀에서, 혹은 OOO님과 저 둘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저에게도 힘들고 논의의 진전에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만약 저의 판단에 동의하신다면 다음주 정도에 이 자리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연락은 OO님을 통해 받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 실무에 결합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아래는 앞서 제가 말한, 파티팀에 보내려고 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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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전체회의,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한 번 글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먼저,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에 대하여, 어쨌든 나이주의 발언의 피해자로서,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저에겐 힘들었습니다. 지난 전체회의 때 오고간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더욱, 제가 직접 회의에 나가는 것은 저에게 너무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또 오해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이 사건 때문에 심적으로 힘듭니다. 몸도 안 좋아졌고 마음도 힘듭니다. 회의에 자리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그다음으로는, 이 사건이 있기 전 회의에 불참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가 회의에 불참한 것과 나이 차별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분명 별개로, 다른 층위로 다루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번 파티팀 팀장 OOO님이 카톡방에서 제게 하신 말과 파티팀원들의 반응에 대한 문제의식과, OOO님 개인의 사과와 반나이주의 감수성 인권 강의의 개최를 통한 조직적 해결을 요청하였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이 보신 글을 보내기 전에, 파티팀의 다른 팀원인 OO님을 통해 사무국장에게 저의 상황과 문제의식에 대해 연락하였고, 회의 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직접 참석하여 대면하긴 힘들 것 같아 대변인이 대신 가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전체회의가 있기 전 OOO님이 홈페이지에 올리신 글 읽어보았습니다. 제목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그 글은 본인의 발언이 나이권력의 맥락에서 나온 것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과라기보다는, 그저 시끄러운 일이 일어난 데에 대한 사과로 읽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요청이 모두 거절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4월18일 전체회의 때, 저로서는 정말 다시 한 번 마음 아프게도, 인권 강의 개최에 대해서는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냐’ 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결정되지 않은 채 파티팀 내부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당사자들끼리 서로 사과하라고 결론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결과를 듣고 좀 의아했는데, 팀장이 당사자이며 회의를 주관하는데 그 팀의 회의에서 논의하라고 결과가 나온 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분명 이 사건과 사건이 이야기되는 과정을 통해 OOO님 개인의 생각 뿐 아니라 파티팀원과 기획단 전체가 어쨌든 청소년 인권이나 반나이주의적 감수성에 대해 그다지 고민할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보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조직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인권 교육은 전체 기획단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반말이 정말 나이 차별적인 것이냐, ‘요’자 하나 안 붙였다고 그게 문제냐 하는 생각들도 하시는 줄로 압니다. 물론 반말은 여러 맥락에서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왜 반말하시냐고 했을 때, OOO님이 바로 정정하시거나 다른 설명을 했다면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이야기는 ‘나이 40 넘은 아버지뻘’ ‘20년 이상 어린 팀원에게 반말 한 게’ 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OOO님이 말씀 하신, '요'자 하나 빠진 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문제제기를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반말을 하고도 그런 반말을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들었을 때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지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낀 것입니다. 물론 일방적인 반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상황은 단순히 화가 나서 나올 수도 있지만 보통 상대방이 나이가 적거나 이주민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어쨌든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어떤 단체나 조직이든 어쨌든 이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의 구조 안에 있으니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청소년 성소수자도, 또 다른 소수자들도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이런 일을 개인 간 감정싸움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다 같이 고민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문제제기가 귀찮고 외면하고 싶은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무국의 답변 (라)>

 

안녕하십니까? 퀴어문화축제 사무국입니다.

보내주신 메일을 검토 후 드리는 메일입니다.

1. 퀴어문화축제는 개인의 참여를 전제로 각자 배분된 업무를 처리하는 실무중심의 그룹입니다.

축제 내에는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 대 개인의 대등한 결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팀장 혹은 각 기획단장의 명칭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존재합니다. 또한 축제의 전체회의는 각 팀 혹은 기획단의 진행상황 공유와 업무 진행상의 중요 사항에 대한 결정, 개개인의 친분교류를 위함이 그 목적입니다.

이 언급은 OO님의 축제 조직 구조에 대한 인식과 대처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에 드리는 것입니다.

2. OO님께서 요구하셨던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셨던 전체회의의 논의를 통해 이미 입장을 전달하였습니다.

그 전체회의는 유례없었던 ‘내부 문제제기 및 안건 제시 과정의 본인 참석 거부와 대변인 참석 요구’를 받아들여 축제조직위 내 모든 단 및 팀의 구성원과 OO님의 대변인의 참석 속에 이루어 졌고 충분한 논의 끝에 결론에 도달하여 OO님께 전달되었습니다.

처음 요구를 전하셨던 두 가지 사항에 대해, 사과에 대한 부분은 OOO님의 의견과 전체회의에 참석하셨던 대변인의 의견 청취 후, 전체회의에 참석하였던 모든 인원이 참여한 논의과정을 통해 팀 내의 미팅 등 개인 간의 소통을 통해 우선 진행을 하기로 하였으며, 이 노력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직 전체에 대한 접근은 있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OO님의 대변인은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 간의 소통이 없었던 사실을 인지하였으며 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를 표하셨습니다.

이는 문제제기 하신 대화의 내용이 진행된 상황과 맥을 같이합니다. 개인은 나이, 성별, 신분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문제가 된 대화의 진행 상황이 평이한 회의 분위기 속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OO님의 문제제기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과 대화의 맥락상 OO님을 포함한 다른 구성원들을 나이에 근거해 무시 및 하대한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감정손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부분으로 보아야 하며 그 내용이 ‘퀴어문화축제에 나의주의에 의한 권력구조가 존재함‘을 증명할 근거라고 판단되지도 않았기에 조직 전체에 대한 접근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또한 말씀하셨던 사안의 분리 부분에 대해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이 상황은 기존에 업무 참여가 극히 미미하셨던 부분에 대한 논의 중 이루어진 대화이기에 이 문제제기의 의미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음도 충분히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진행되었던 전체회의의 결과는 이 논란과 별개로 정리되어 결정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언급은, 조직 전체의 접근 여부에 대한 논의 중 참석자의 개인 발언이었으며 공식 정리 및 결정사항에 반영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밝혀드립니다.

3. 이러한 사유로 OO님께서 다시 요구하신 당사자와 대변인 및 사무국 등 다른 팀 인원으로 구성된 미팅은 현재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처음 요구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이미 답변을 드렸고, 인원 구성이 달라진다하여 결과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언급하셨던 ‘인권교육’ 등 조직 전체에 대한 접근을 다시 요구하신다는 것은 전체 회의의 결과와 다른 참석자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의 정리 및 합의와 같이 우선 팀 내에서 대화를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4. 처음 전체회의 이후 모든 과정은 업무의 진행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항과 별개로 업무에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개개인 참여의 실무그룹에서 한 개인의 온당하지 못한 사유로 실무에 임하지 않음은 다른 구성원에게 업무를 가중시키고 일정의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에서 OO님은 제기하신 일이 있기 전 이미 다른 축제팀 구성원에 피해를 입히셨습니다.

이 답변을 드리기 전 진행된 파티팀의 회의 역시 불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방적 요구사항의 제기와 함께 실무를 거부하시는 것은 발생한 일의 해결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아님을 충분히 숙고하시기 바라며 기존 업무 불참으로 인한 다른 분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5. 현재 OO님의 퀴어문화축제 보이콧 선언과 활동 중단 선언으로 인해 OO님의 축제 계정이 비활성화 되어있음을 알려드리며 업무 복귀와 동시에 계정이 활성화 될 것임도 알려드립니다.

 

 

<사무국의 답변에 대한 B씨의 답변 (마)>

 

지금까지 제가 요청한 것은 OOO 팀장님의 사과와 기획단원들이 함께하는 반 나이주의 인권강의 개최였습니다. 추가로 더 있다면 대변인 참석 양해를 구한 것 정도였습니다. 관련 사건이 있은 후 이 문제가 기회단 내부에서 이야기된 것은 두 차례의 전체회의(4/18, 5/7)와 퀴어문화축제 스탭 게시판에서였습니다.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치면서 기획단 조직 구조, 내부 상황을 고려하여 절차나 방식에서의 변화는 있었으나 최종 요구 사항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요구가 지나치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비현실적인 것도 아니었으며, 엄청나게 벅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안은 제가 이렇게 문제제기하지 않았더라도 조직 내에서의 성찰이 필요한 사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퍼레이드가 있는 6월 7일이 지나면 이 문제가 크게 주목받지도, 공론화되지도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대화를 해왔고, 수용하는 모습을 그리며 대화를 이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제껏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조직으로부터 수용적이거나 최소한 들으려고 하는 태도를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퀴어문화축제 파티팀 내에서 이 사안을 다룰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실제로 사안을 다뤄야 하는 시기에 파티팀 회의가 열리지조차 않는 상황이었음을 파티팀 팀장을 비롯한 기획단 주요 멤버들은 알 겁니다. 그리하여 이 일을 팀 회의가 없이 전체회의에서 안건, 비안건으로 논의하는 데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팀 회의를 거치지 않느냐는 이야기에 더해 실무를 해야 하는 데 이 일을 붙잡고 있느냐 하는 수준의 타박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사안 자체도 파티팀 회의에서 논의될 것이 아니었음에도 기획단의 요구를 수용하여 팀회의를 거치겠다고 두 차례의 전체회의 자리에서 전했지만, 시기적으로 판단해도 팀회의를 거칠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이 문제가 논의된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 실무에 대한 압박이 심했고, 이 일을 빨리 끝내라는 뉘앙스가 강했으며, 6월 7일 퍼레이드가 지나버리면 이 문제를 다룰 기획단이 오로지 앞둔 것은 해산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의 최종요구를 결정하는 자리를 갖자고 사무국에 전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제가 사무국으로부터 받은 답변이 이 사건이, 사무국에서는 이 사안을 나이권력과 관련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전체회의의 결과(인권강의도 사과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서 달라질 것이 없고, 제가 실무에 결합할 수 없음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내용이라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평등의 가치를 호소하는 퀴어문화축제가 그 안의 또 어떤 소수자가 제기한 문제를 일관되게 부정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무국으로부터 답변을 받았을 때, 저의 요청이 모두 거부되고 사무국에서는 이 문제를 나이권력이 작동한 문제로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로지 저나 OO님 등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모두가 저의 제기에 반대하며 제가 그저 조용히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무국의 답변을 받고 이 문제가 축제 기획단에서의 해결 의지가 없고 그럴 필요조차 갖고 있지 못하므로 이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구청과 혐오세력에 의한, 성소수자와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어차피 기획단에서 문제해결의 여지가 없다면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 공론화를 하는 것이, 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말의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여서, 제가 받은 답변 중에 팀장의 언행이 ‘평이한 회의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일시적 감정손상’으로 인한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 언행이 저를 질책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주려는 목적으로 저의 나이가 적음을 매개로 이루어진 언행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청과 혐오세력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함께 분노하고 있습니다. 앞둔 축제 잘 개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퀴어문화축제의 번영과 모든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염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