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건보노조 현장노동자회 2017-04-19) ○ 죽 쒀 개 줄텐가? 이명박근혜 10년 적폐에 짓눌려왔던 민중들의 분노는, 혹한의 겨울을 관통하는 완강한 "촛불" "박근혜퇴진" 투쟁으로 마침내 박근혜 파면과 구속을 끌어냈다. 이는 그간 기득권과 기회주의 세력들의 교란에 흔들리지 않고 견인불발로 싸워온 "촛불시민" 행동의 결과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부역자와 적폐 청산이다. 민중들이 "촛불항쟁"을 지속한 이유는 박근혜 한 사람의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그간 지배권력에 의해 켜켜이 쌓인 폐단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이며, 박근혜 파면과 구속, 새누리당 권력의 파괴는 그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촛불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조기대선은, 발 빠른 보수언론과 대선후보들에 의해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로 왜곡되고 있으며, 촛불의 비상행동을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적폐와 부역자 청산을 위한 투쟁으로 강력히 이어나가야 하는 이 시기에, 노동조합들은 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를 ‘대선투쟁 승리’(?)를 위한 국민경선 참여와 대선후보 토크콘서트를 벌여가며 조합원들을 동원하고 있다. ○ 투쟁과 노동자의 정체성이 상실된 심각한 오류들 그간 이어져온 촛불국면은 파면된 정권이 쌓아놓은 적폐, 성과퇴출제와 비정규노동, 개악된 노동법과 같은 폐단들은 오로지 지배권력에 대한 민중들 스스로의 굳센 투쟁, 지속적인 행동과 압박으로만 제거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투쟁과 행동을 선도하고 중심 잡아가야 할 노동자의 조직인 노동조합은, 그간 촛불행동에조차 소극적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 획득에 활용할 궁리에만 열중하는 보수야당 대선후보들에게 기대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민경선참여" "세액공제사업".. 같은 대 정치권 사업에만 매어달리고, 제 돈 들여가며 후보들을 쫓아다니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민주노조 정신, 노동자의 정체성과 투쟁성을 파괴하는 것이며, 그저 유력한 지배권력에게 우리 '애로'를 청원.호소.구걸하고, 그들의 관대한 처분만을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초기 촛불국면의 지지를 위해 미흡하게나마 '적폐청산'을 내세웠던 민주당마저 선거국면이 진행되면서 보수표를 의식하여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기대어 성과연봉제 중단과 공운법 폐기를 기대하는 노조 집행부들의 잘못된 상황판단에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조기 대선" 자체가 그간 적폐에 의해 짓눌려온 민중들의 분노가 "촛불"의 동력이 되어 만들어낸 상황인데, 거꾸로 그 '동력'이 단지 박근혜 구속으로 중단되고 이후 정치인들의 행보만을 바라보는 것으로 전락되어선 안된다. 적폐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가장 시급한 폐단들부터 즉각 그 해결을 요구하는 더 높은 행동들이 이어져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 빌붙어 그 폐단들을 함께 만들어온 적폐세력, 부역자들을 청산하고 새로운 혁신의 주도권을 노동자들이 거머쥐어 나가야 한다. ○ 공단 내부의 부역자들과 적폐,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지금 노조는 대정치권 사업이 아닌 직접적인 투쟁으로는 공단본사 중식집회만을 개최하고 있다. 이사장은 취임이후 차별임금을 회복하겠다는 발언을 거듭했지만 차별임금 해소는 조금도 진척이 없었고, 지난해 권력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성과연봉제에 대한 일방적 불법적 이사회 통과를 강행하고서도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다"는 뻔뻔스런 태도로 자기 안위만을 지켜왔으며, 이미 그 권력이 파면된 지금에도 이들은 그저 주변만 살피며 성과연봉제는 그대로 시행 일정을 밟아가고 있다. 과연 이런 자들을 경영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바로 우리 내부에서부터 적폐와 부역자를 청산하는 투쟁을 강고하게 전개해야 한다. 건강보험제도, 내부 인사와 조직, 재정과 관련된 적폐와 개혁과제들을 제시하고 선전하고 더욱 강도높게 추진해나가야 하며, 차기 정권은 이러한 쟁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함을 인식시켜가야 한다. 단지 노동자들을 이윤생산의 도구로 보고, 노동을 비용으로 취급하여 무한경쟁으로 몰아넣겠다는 자본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공공기관의 공익성과 사회성을 파괴하고, 결국 노동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여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 나가야 한다. ○ 현 국면, 우리에게 필요한 실천은? 대선후보들은 이전부터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폐기, 더 나아가 "공정한 보상이 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결국 그들의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 ‘박근혜식 성과연봉제’가 아닌, 어떤 새로운 보상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성과연봉제와 퇴출제의 완전 폐기를 약속하지 않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불법적 성과연봉제 시행의 즉각 취소와, 이러한 불법을 자행한 성상철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진을 건 투쟁을 강화함으로서만이, 성과연봉제의 실질적 폐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투쟁이 대선후보들을 쫓아다니며 매어달리는 것보다 백배는 더 실질적으로 대선후보들을 더욱 압박하는 힘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어디가 아닌 바로 우리 스스로의 힘과 행동으로, 상황을 선도하지 못하면 우리는 또다시 제도 정치권이 만드는 상황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 그것은 수십년 민주노조 운동 속에서 도출된, 우리가 소중히 챙기고 지켜가야 할 우리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