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신리뷰] 성, 낙인찍기 그리고 네바다 합법 매춘업소 이야기 | 2019·01·21 2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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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수열(성담론 활동가)
다수 성노동자들은 세간의 고정관념과 달리 직업에 만족
성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UN성차별철폐위원회, UN보건기구, UN여성기구는 2013년부터 성노동의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국제인권기구의 양대산맥인 휴먼라이츠와치는 2013년부터 성노동 합법화를,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2014년부터 ‘완전비범죄화’를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14일자 『네바다 공공 라디오』(knpr.org)에서 방송된 ‘성, 낙인찍기 그리고 네바다의 매춘업소’(by Fred Wasser) 제하의 기사이다. 네바다주 일부는 미국 유일의 매춘 합법화 지역이다.
최근 네바다 대학 언론정보학과 교수인 사라 블리스(Sarah Blithe)와 텍사스 A&M 대학 교수 안나 울프(Anna Wolfe)는 공저 『성, 낙인찍기 그리고 네바다 매춘업소의 일상』 이란 책을 발간했다.
여기에는 네바다대학 석사 코스 중이며 성노동자인 브리에나 모어(Breanna Mohr)가 함께 했다.
블리스가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심한 건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버지니아에서 낙타 경주(Camel Race) 대회에 참석한 후 그 대회를 현지 매춘업소가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두 번째는 우연히 학술잡지에서 밝혀지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대한 연구논문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바다 대학교 대학원생 모어는 시간이 날 때마다 블리스의 프로젝트에 함께 하며 성(노동)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해 주었는데 그녀의 가장 흥미로웠던 점 중에 하나는 본인이 유경험자이고 현재 성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춘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일종의 은둔(Secrecy)은 흔한 일이지만 이것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다른 여성들에게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여성들이 은둔과 사생활(privacy)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그 범위가 다양한데 ‘성노동' 여성들이 은둔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적 낙인찍기(stigma)'이다.
이 낙인은 합법적 성노동자 뿐 아니라 업주들(escorts), 슈거 베이비들, 캠걸, 불법매춘 그리고 포르노업계 여성들이 여기에 다 해당된다.
어떤 성노동 여성들은 성노동을 할 때 그 일이 바로 본인의 적성에 적합한 일이어서 하기도 하며 또 다른 부류는 고객 앞에서 단지 기계적인 노동차원의 노동을 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이런 이유로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성노동자들에겐 그들의 직업 특수성 때문에 일반여성들이 갖지 않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건 바로 '사회적 낙인찍기'인데 이 낙인으로 성노동이 합법적인 것과는 별개로 편견이 따르며 일상생활에선 탄압까지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은행 같은 조직사회에서 그들의 신분이 노출되고 수입원이 밝혀지면 대출을 안 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집을 렌트하기도 힘든데 이는 집주인들이 그들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금관련 업무도 대신해 줄 회계사 역시 찾기 힘들다. 그들이 성노동자들의 세금 처리하는 일에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낙인찍기’는 비단 성노동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블리스 교수가 네바다 집창촌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 지인들의 시선이 달갑지 않아 보인다. 교수를 향한 낙인찍기가 시작된 것이다.
합법적 매춘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성노동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할 것이며 그곳을 탈출하길 원한다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그들의 직업에 만족하며 좋아하고 성노동이 제공해주는 유연성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성노동자들은 독립적인 계약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 의사결정(언제 일할지,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지, 가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노동의 70%는 성적인 활동이며 30% 정도는 상호간에 연결되어 있는 신뢰감 속에서 고객과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감성노동을 하게 된다.
사라 블리스는 인터뷰 결론부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성노동자들을 위한 업무환경의 개선과 합법적 성노동에 대한 더 공정한 법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안에 앞서서 성노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사회적 낙인찍기가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knpr.org 사진)
역자 후기 / 나수열
그동안 해외 성노동자 [외신리뷰]를 하면서 특별한 여러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딸아이 엄마로 야간에 일하다 사고로 총에 맞아 숨진 여인,
법학 공부를 하면서 성노동자로서 성노동자를 위한 인권운동을 하다 요절한 여인,
인류학 공부를 하다가 성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받아야 함을 깨달아 활동가가 되어 성노동자 단체를 조직하고 연대 활동을 펼치며 스스로 성노동자가 된 여인,
어릴 때 부터 성노동에 관심이 있어 꿈을 이루기 위해 독일의 성노동 정책을 합법화로 이끌어 낸 현대판 헤타이라 같은 여인,
그리고 오늘 외신리뷰 미 네바다주 집창촌 연구자를 위해 정보를 소통한 석사 과정 성노동자 모어에 이르기까지 이 여인들은 각자의 소신대로 정체성을 가지고 때론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 일에 임했습니다.
왜 이 많은 여성들이 성노동의 합법화와 (완전)비범죄화를 외쳤는지 우리는 깊이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성노동자들 내면의 세계와 생존권과 건강권에 대해서 말입니다.
성노동이 일반 노동과 다를 바 없는 것은 긴 이야기여서 뒤로 미루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성노동자들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생물학적 욕구를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는 성노동자들이 자신의 고객들과 서로 교감하며 친밀도를 유지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즉, 이 경우 성노동자들은 정신노동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것이지요.
해서 자발적으로 일하는 성노동자들은 어쩌면 세상에서 누구 못지않게 ‘인간’에 관한 이해를 지닌 훌륭한 직업적 노하우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한국인권뉴스]